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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명 원클릭으로 대환대출 …갈아탈 땐 '조달금리' 따져야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의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가 최근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면서, 대출을 갈아타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대환 시점에 대한 관심도 크다.

대환대출 관심 인프라 초반 돌풍

12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5월 31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로 신용대출을 갈아탄 사람이 11만8773명이라고 밝혔다. 이동 자금 규모는 2조706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9일부터 시작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는 2주간(14영업일) 총 1만6297명이 2조9000억원의 대환대출을 신청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전세자금대출 갈아타기도 이달 1일까지 5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기준 총 810명(1640억원)이 대환대출을 신청에 초반 흥행몰이 중이다.

휴대전화 뱅킹앱과 서울 시내 거리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휴대전화 뱅킹앱과 서울 시내 거리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하반기로 예상하는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진행되면, '더 싼 금리'로 갈아타는 대환대출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대출의 성격에 따라 대출금리 하락 시점도 달라 꼼꼼한 전략이 필요하다.

금융채냐 코픽스냐, 금리 인하 달라

대출금리는 일반적으로 대출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조달금리에 은행의 마진인 가산금리를 붙여 결정한다. 은행들의 가산금리가 거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대출금리는 이 조달금리에 따라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대출자금은 예금이나 금융채 발행을 통해 마련하기 때문에 조달금리(준거금리)는 통상 은행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나 금융채가 기준이다.

다만 조달금리가 코픽스인지 금융채인지에 따라서 대출금리에 기준금리가 반영되는 시점도 차이가 있다. 시장 분위기를 즉각 반영하는 금융채는 기준금리 가능성도 곧바로 금리에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금융채를 조달금리로 쓰는 대출상품은 지금처럼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실제 기준금리를 낮추지 않았어도 조달금리가 먼저 하락한다. 그만큼 대출금리도 빨리 떨어진다.

금융채 고정대출상품, 금리 선반영 경향

최근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하락해 3%대 대출 상품까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금융채 5년물을 일반적으로 조달금리로 쓴다. 올해 기준금리 기대감이 금융채 금리에 먼저 반영되면서, 전체적인 대출금리도 먼저 하락한 것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담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붙은 주담대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금융채를 조달금리로 쓰는 대출 상품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인하 기대감이 클 때 갈아타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금융채가 기준금리 하락을 먼저 반영했기 때문에 실제 기준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금리 변동이 없거나 그동안 과도하게 떨어진 부분을 고려해 오히려 오를 수도 있어서다.

코픽스 상품, 기준금리 늦게 반영

반면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상품에 조달금리로 많이 쓰는 코픽스는 기준금리 반영이 다소 늦다. 코픽스는 국내 주요 8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금융채 등 수신상품의 금액과 금리를 가중평균해, 한 달에 한 번 산출한다. 한 달에 한 번 산출하다 보니 일단 시장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또 코픽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예·적금 금리는 금융채보다는 시장금리 반영이 늦다. 특히 잔액 기준 코픽스는 과거 받았던 예금의 금리까지 모두 반영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기준금리 변화에 오히려 후행한다. 이 때문에 코픽스를 주로 조달금리로 쓰는 변동금리 상품(신용대출 등)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까지 기다렸다가 갈아타기를 해도 늦지 않다.

“대출금리 많이 안 떨어질 수도”

다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의 인하 시점이나 인하 폭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예단해서, 대출 갈아타기 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기준금리뿐 아니라 다양한 경제 환경과 은행들의 예·적금 유치 경쟁, 금융당국의 정책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하나만 놓고 언제 갈아타는 게 유리한지를 단정짓긴 어렵다”고 했다.

기대했던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밀리고, 그 폭도 크지 않을 거라고 예상되는 점도 변수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많이 낮추긴 어려울 수 있다. 그만큼 대출금리 인하 효과도 떨어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인하는 이미 예상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조달금리는 이를 상당히 반영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미국 경기가 좋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어, 대출금리도 기대만큼 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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