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환자는 2022년 3009번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았다. 어떤 날은 하루에 14번 간 적도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병원에 다녔다. 오전, 오후 같은 데를 다닌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건강보험 적용 질병코드에 가장 많이 기록한 병은 등 통증이다. 일종의 근골격계 질환이다. 병원에서 주사를 가장 많이 맞았다. 물리치료도 밥 먹듯이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13일 2018~2022년 연간 365회 이상 병원을 방문한 환자 실태를 공개했다. 2022년 이런 환자는 2260명이다. 아동, 암·심장병 등 진료비 특례 대상자는 포함하지 않았다.
365회 초과자는 2019년 2594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후 다소 줄었다. 2022년 기준으로 여성이 53.7%로 남성보다 많다.
연령별로 보면 70대가 780명으로 가장 많다. 60대가 593명이다. 50대 287명, 80대 282명 순이다. 60대 후반, 70대에 집중돼 있다.
2022년 2260명의 1인당 평균 외래진료 방문횟수는 452회이다. 2018~2021년의 평균치도 비슷하다. 1년에 450번 넘게 병원에 가려면 하루에 서너 군데 이상을 다녀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휴일에는 문을 연 병원을 찾아서 방문한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현행 의료법·건강보험법 등에는 환자의 외래진료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무한대로 방문할 수 있다. 거의 마음대로 진료받고 마음대로 약 처방을 받아도 상관없다.
이들은 한 해 몇 군데의 의료기관을 다닐까. 1111명(49%, 2022년)은 10~19군데를 다녔다. 5~9군데 가는 사람이 656명(29%)이다. 대다수가 5~19개 의료기관을 정해 놓고 반복적으로 간다는 뜻이다.
놀라운 사실은 2022년 15명은 50군데 넘는 의료기관을 돌아다녔다. 27명은 40~49곳을 다녔고, 71명은 30~39곳을 방문했다.
어떤 병을 앓길래 이렇게 많이 다닐까. 2022년 가장 많은 병은 등 통증이다. 허리병 같은 근골격계 질환의 일종이다. 1800명이 이 병 환자이다. 다음으로 연조직 장애이다. 발목·허리 등이 살짝 삔 듯한 질환을 말하며 1382명이나 된다. 찜질 같은 물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치주질환(1270명)으로 만만치 않게 많다. 무릎 관절증, 기타 척추병도 1000명씩 넘는다.
십이지장염·급성기관지염 같은 병도 많다. 고혈압,위·식도 역류병 환자가 뒤를 잇는다. 2018~2022년을 종합해보면 근골격계 질환이나 치주질환, 고혈압, 십이지장염 같은 게 단골 질환이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자 정부가 뒤늦게 365회 초과 이용자에게 칼을 빼 들었다. 오는 7월부터 본인부담 진료비를 90% 물린다. 원래 동네 의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면 진료비의 30%를 낸다.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을 경우 진찰료·물리치료비 등을 합쳐 1만 7000원 정도 든다. 지금은 365회 초과해도 30%인 5100원을 내지만 7월에는 1만 5300원을 부담한다. 다만 18세 미만 아동·임산부·장애인을 비롯해 희귀·난치성 질환자와 중증 질환자 등은 연 365회 초과해도 외래 진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적용하지 않는다.
180회 이상 초과자도 압박을 받게 된다. 당장 본인부담률이 올라가지는 않지만 180회를 초과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게 된다. 이런 방법 외 다른 수단이 없다.
한국은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15.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이다. OECD 평균 5.9회의 2.7배에 달한다. 미국은 외래 진료 1회당 진료비 기준금액을 정해놓고 이 금액은 환자가 부담(deductable)하고 초과액에 보험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건보 가입자의 월 건보료 납부액의 일부를 의료저축계좌(MSA, medical saving account)에 적립해 본인이나 가족의 진료비 본인부담 납부에 사용한다. 적립 금액이 기준을 초과하면 인출할 수도 있다. 비용의식을 느끼면서 쓰게 하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