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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선 공천 배제, 다른쪽선 특혜 논란…與 사면·복권 잡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사면·복권을 받은 총선 예비후보자의 출마 자격을 두고 국민의힘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6일 열린 4차 회의에서 4·10 총선 공천 신청자 중 서울 강서을에 출마하려는 김성태 전 의원 등 29명을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의결했다. ‘국민 눈높이’와 ‘도덕성’을 강조한 공관위는 앞서 3차 회의에서 뇌물·선거 범죄·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같은 ‘파렴치 범죄’로 집행유예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후보자는 사면·복권과 무관하게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었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공천 부적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공천 부적격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특정 범죄에 대해서만 사면·복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관위 방침이 발표되자 여권에서는 “김성태를 겨냥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강서을에서만 3선(18~20대)을 지낸 김 전 의원은 이석채 전 KT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딸의 KT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22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됐다. 다만 김 전 의원은 같은 해 12월 윤석열 정부의 사면·복권으로 출마 자격을 회복했다.

 당내에선 우려가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의원 공천 배제에 대해 “특정인을 죽이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본다”라며 “투쟁력이 있는 사람을 규칙 만들어 잘라버리는 것은 패거리들이 장난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김 전 의원 배제로 험지인 강서 갑·을·병 모두 힘들어졌다”라며 “사면·복권 후 바로 공천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전례도 있는데, 사면·복권의 취지와 상반된다”고 했다.

 사면·복권으로 법적으로 회복된 피선거권을 정당 기구인 공관위가 제약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뇌물 혐의로 2019년 유죄를 받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도 2022년 말 김 전 의원과 함께 사면·복권을 받았지만, 무소속으로 경북 경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논란을 피해갔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도덕성을 내세워 헌법으로 보장된 피선거권까지 제약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1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적장의 목을 베느라 장검을 썼다. 그때 내게도 생긴 상처 겨우 아물어가는데 당이 소금을 뿌린 야비한 행위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2018년 야당 원내대표로 단식하며 관철시킨 '드루킹 특검법'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뇌물죄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공관위원 한 사람의 주장으로 아무런 공론화 절차도 없이 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도 했다.

 반면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선 사면·복권이 발표되기 전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의 공천 신청을 비공개로 받아준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서 전 차장은 2011년 6월부터 11월까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관련한 ‘희망버스 집회’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을 달라며 여론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유죄가 확정됐다. 서 전 차장은 지난 6일 사면·복권 발표 확정 전에 공천을 신청했으며, 지난 7일 공식 출마 선언을 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사면을 미리 약속받고 비밀리에 공천을 신청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영환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은 지난 6일 공관위 회의 후 서 전 차장의 공천 신청에 대해 “사면·복권된 경우 조건부로 접수했고, 부적격 기준에 해당되는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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