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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싸구려 취급’ 한국 증시…냉정히 보면 자초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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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에디터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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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를 싸구려 취급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각합니다. 우리가 자초했다고 봅니다. 국내 상장기업은 주주 관리에 소홀합니다. 자사주 매입에 인색하고 배당도 쥐꼬리만큼 합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가가 올라봐야 대주주에 큰 메리트가 없습니다. 덩치가 커지면 대기업 규제를 받고 상속이나 증여세 부담이 늘어납니다. 굳이 주가를 관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소한의 주주 배려조차 없어진 한국 증시의 고질적 문제점을 분석한 오늘자 본지 기획 시리즈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근본적으론 한국엔 매력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엔 빅테크 기업이 차고 넘칩니다.

미국의 ‘매그니피슨트(대단하다는 뜻) 세븐’(M7) 기업은 위력적입니다. 애플 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은 런던이나 도쿄 증시 전체 규모를 넘나듭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로 주주에게 투자이익을 나눠줘야 합니다. 일본 정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은 증시에 발도 못 붙이게 했습니다. 저성장 체제에서도 증시가 뜨겁습니다. 한국에도 M7이 나올 만한 기업 친화적 증시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금융사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지난해 3분기 450만 명에 달합니다. 고금리가 올해도 해소되기 어려워서 금융 취약층의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중은행은 돈을 많이 벌고 있습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15조원에 육박했습니다. 돈 안 되는 일반 점포는 계속 줄이고 수퍼 리치를 겨냥해 고급스런 PB 특화 상담센터는 늘리고 있습니다. 샘 올트먼이 AI 칩 확보를 위해 1경원에 가까운 펀딩에 나섰다는 소식도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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