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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0㎞ 날아온 스위프트, 세기의 사랑에 ‘터치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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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트래비스 켈시(왼쪽)가 도쿄 공연을 마치자마자 전세기를 타고 날아온 연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우승 후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래비스 켈시(왼쪽)가 도쿄 공연을 마치자마자 전세기를 타고 날아온 연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우승 후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테일러 스위프트는 수퍼보울을 앞두고 지구 반바퀴를 돌았다. 긴 여정의 끝은 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제58회 수퍼보울(챔피언결정전)이 한 편의 러브 스토리를 연상시킨다며 이렇게 소개했다.

이날 경기에선 디펜딩 챔피언 캔자스시티가 연장 승부 끝에 25-22로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빈스 롬바르디(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통산 4번째 정상에 오른 캔자스시티는 명실상부한 ‘캔자스시티 왕조’를 건설했다. 캔자스시티는 최근 5년 중 4차례 수퍼보울에 진출했고, 그중 3차례 우승했다. 캔자스시티는 또 2004~05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이후 19년 만에 2년 연속 수퍼보울 우승을 차지했다.

패스로 333야드, 발로 뛰어 66야드를 기록한 캔자스시티의 쿼터백 패트릭 마홈스가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했다. 올해로 세 번째 수퍼보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마홈스는 그때마다 MVP를 수상하며 은퇴한 명 쿼터백 톰 브래디(수퍼보울 우승 7회·MVP 5회)의 뒤를 잇는 차세대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그러나 이날 주인공은 MVP 마홈스도, 하프타임쇼를 빛낸 팝스타 어셔도 아니었다. 경기장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캔자스시티의 타이트 엔드(공격수) 트래비스 켈시(35)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켈시의 연인 스위프트(34)였다. 이날 관중석에는 미국프로농구(NBA) ‘킹’ 르브론 제임스, 할리우드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팝 디바’ 비욘세의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주인공은 단연 스위프트였다.

스위프트는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스위프트 경제학)’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경제·사회적 영향력이 큰 가수다.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을 4차례나 수상했고, 투어 콘서트로는 매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엔 미국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스위프트를 선정했다.

스위프트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켈시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켈시와 스위프트의 만남은 풋볼에 큰 관심이 없던 미국 대중의 시선마저 붙잡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위프트의 직관 여부는 올해 수퍼보울에서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혔다. 그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지구 반대편인 일본 도쿄에서 콘서트를 진행 중이었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출발해야 수퍼보울에 늦지 않게 당도할 수 있는 일정이었는데, 스위프트는 실제로 도쿄 공연 직후 전용기를 타고 출발하는 ‘007 작전’을 펼친 끝에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경기 시작 2시간 30분을 남기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17시간의 시차와 8900㎞의 거리를 극복한 건 결국 사랑의 힘이었다.

스위프트가 캔자스시티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건 이날이 13번째였다. 그는 이날 수퍼보울을 포함해 직접 관전한 경기에서 10승 3패를 기록했다. 캔자스시티 팬 사이에서 스위프트가 ‘승리 요정’으로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

이날 스위프트는 켈시의 등 번호인 숫자 ‘87’이 적힌 목걸이를 착용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이날 아버지 스콧, 어머니 앤드리아는 물론 친한 친구인 배우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과 함께 VIP룸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미국 언론은 “(스위프트의 연인) 켈시가 이 VIP룸을 예약하기 위해 100만 달러(약 13억3000만원)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이날 경기 도중 수시로 중계화면에 잡혔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경기 시간 4시간18분 중 스위프트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만도 55초나 됐다. 스위프트는 캔자스시티가 끌려가던 후반 중반까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안한 듯 손톱을 물어뜯기도 했다. 그러나 연장전 끝에 캔자스시티가 승부를 뒤집자 친구인 라이블리와 얼싸안고 기뻐했다.

켈시도 경기 내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초반 상대의 집중 견제 때문에 고전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실력을 발휘했다. 결국 캔자스시티가 우승을 확정하자 켈시와 스위프트는 그라운드에서 뜨겁게 입맞춤했다. USA투데이는 “이보다 더 동화 같은 결말이 있을까”라면서 캔자스시티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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