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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마리 중 두 달간 33마리 잡아…울릉도 ‘꿩과의 전쟁’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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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꿩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경북 울릉군이 59일 동안 총력전을 펼쳤지만 꿩 33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 당초 “1500마리를 잡겠다”고 선언했던 것이 무색한 결과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이달 7일까지 59일간 유해 야생동물인 꿩 포획 기간을 진행했다. 육지와 약 210㎞ 떨어진 울릉도는 ‘농가 기피 대상 3종’으로 꼽히는 고라니와 멧돼지·까치가 서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꿩이 활개를 치면서 농작물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꿩은 울릉도 봄철 고소득 특산작물인 명이나물을 비롯해 부지깽이·미역취 등 새순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울릉군은 이 기간 꿩 포획 목표를 1500마리로 잡고 엽사 16명으로 포획단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2022년만 해도 꿩 포획단은 포획 기간 806마리를 포획했다. 하지만 올해는 목표의 2% 수준에 불과한 성과를 거둔 이유는 뭘까.

성과가 미미한 데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꿩 자가소비(식용)’ 전면 금지한 조치다. 이전까지 엽사들은 잡은 꿩을 직접 조리해 먹거나 유통해 왔다. 울릉군도 엽사들에게 꿩 자가소비를 허용했다. 하지만 울릉군이 꿩 자가소비가 위법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이번 포획 기간에는 자가소비를 금지했다.

울릉군은 포획단으로 활동하는 엽사들에게 자가소비 금지 방침을 전달하고 대신 꿩을 포획하면 포상금으로 마리당 5000원을 주기로 했다. 그러자 포획단으로 지원한 엽사의 절반가량이 활동을 포기할 정도로 적극성이 떨어졌다.

또 엽사들이 꿩을 포획하고도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자가소비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울릉도에 꿩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해 농가에 큰 손해를 끼치고 있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꿩 자가소비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울릉군 관계자는 “지자체가 조례를 정해 자가소비 등을 허용할 수 있다”며 “울릉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조례 제정 등 절차를 거쳐 꿩 포획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울릉도에는 꿩 1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울릉군은 보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농가에 피해를 주는 동물들에 대한 개체수 조사와 생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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