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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금 덕에…소아과 열고 청년자립 돕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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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전남 곡성군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 중인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전남 곡성군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 중인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 캠페인. [사진 곡성군]

지난해 시작된 ‘고향사랑기부제’의 활용 방식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의 아이디어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지역 내 취약한 의료시스템 보완이나 출산·육아지원 등 특정 사업을 지정해 기부금을 받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역 기부문화 확산을 통해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해 1월 시행됐다.

12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 곡성군은 지역 내 소아과병원 확충을 위해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키로 했다. 기부금 모금액을 1주일에 두 차례씩 소아과 전문의를 곡성군으로 초빙하는 데 쓰는 게 목표다.

인구 2만6800명인 곡성군에는 소아과병원이 없어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해왔다. 아이들이 갑자기 아플 때면 60㎞ 이상 떨어진 광주광역시나 순천 등까지 원정 진료를 가야 해서다. 곡성군에는 1800여명의 어린이가 살고 있어 소아과병원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부 김정원(35·여)씨는 “일곱 살 된 아들이 병치레가 잦은데 1시간이 넘게 차를 몰고 가야만 광주 큰 병원에 갈 수 있다”며 “아이가 열이 조금만 올라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곡성군은 소아과 진료를 성사시키기 위해 지정기부 모금 방식을 도입했다. ‘곡성에 소아과를 선물하세요’라는 프로젝트의 모금액은 총 8000만원이다. 곡성군은 모금액이 채워지는 오는 9월쯤부터 광주광역시에서 활동 중인 의료진의 출장진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곡성군 관계자는 “지난해 곡성군의 고향사랑기부 1인당 평균 금액이 18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445명 이상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남 영암군은 고향사랑기부금을 출산 지원을 위한 기부처로 지정했다. 영암군에 설립될 공공산후조리원 의료기기 구매비를 기부금으로 충당하겠다는 취지다. 영암군 측은 “산모와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내겠다는 ‘영암 맘(mom) 안심 프로젝트’에 대한 출향 인사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 동구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청년인구 유입을 위해 쓰기로 했다. 2026년까지 공급될 57가구 ‘청년노동자 공유주택’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기부금으로 지원한다. 청년 공유주택은 1~2인 가구용 주택(전용면적 36~50㎡)을 보급하는 정책이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기부금 30% 내에서 지역특산품을 받는 제도다. 주민등록 주소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에 연간 500만원 내에서 기부할 수 있다. 기부금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 세액공제도 받는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모인 총모금액은 650억원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전남도가 143억30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도 89억9000만원, 전북도 84억7000만원 등이다. 기초단체별로는 전남 담양군 22억4000만원, 전남 고흥군 12억2000만원, 전남 나주시 10억6000만원, 경북 예천군 9억7000만원, 전남 영광군 9억3000만원 등이다.

정부는 시행 2년 차를 맞은 고향사랑기부제의 문턱을 낮췄다. 지난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현행 500만원인 1인당 기부금 한도가 2000만원으로 상향됐다. 모금방식 규제도 완화해 향우회·동창회 등 사적 모임을 통한 모금과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한 모금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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