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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땐 안받더니 이젠 나가라? 초교 옆 카센터 소송,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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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카센터(좌)와 초등학교(우). 후문과 이어진 붉은 도로가 카센터와 맞닿아 있다. [네이버 거리뷰]

A씨의 카센터(좌)와 초등학교(우). 후문과 이어진 붉은 도로가 카센터와 맞닿아 있다. [네이버 거리뷰]

‘학교 통학로 개선 및 주민 쉼터 조성을 위하여 이 토지를 공공공지로 결정한다.’
서울 도봉구에서 카센터를 운영해 온 A씨는 지난해 1월 구청으로부터 이런 통지를 받았다. A씨의 카센터는 초등학교 후문과 맞닿아 있었다. 명칭상 후문이긴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이 드나드는 문이었다. 사고를 우려한 학부모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구청이 카센터 부지를 공공공지로 지정해 공원을 만들려 한 것이다.

A씨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더욱이 A씨는 1993년 6월부터 현재 위치에서 카센터 영업을 해 왔지만, 학교는 2000년 11월 문을 열었다. A씨는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들어선다고 하자 자신의 토지와 건물을 수용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지만 이는 구청이 거부했다. 20여년이 지나 구청이 카센터 부지를 공공공지로 지정하자 A씨는 지난해 8월 도봉구청을 상대로 공공공지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도봉구청에는 학교 후문 앞 카센터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공공공지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1월 이후에도 진척이 없자 같은 민원이 이어졌다. [도봉구청 홈페이지]

도봉구청에는 학교 후문 앞 카센터를 이전해 달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공공공지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1월 이후에도 진척이 없자 같은 민원이 이어졌다. [도봉구청 홈페이지]

“이제 와서 어디로 어떻게 가란 말이냐”는 A씨와 “안전 문제 때문에 나가줘야겠다“는 도봉구청은 재판에서 치열하게 다퉜다. 5개월간의 심리 끝에 서울행정법원 11부(부장 강우찬)는 지난달 26일 A씨 손을 들어줬다.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해 A씨의 재산권 침해가 현저히 과다하므로 공공공지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 A씨의 연령과 도봉구 일대 지가상승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장소나 다른 생활수단을 마련하기 어려워 보여 결국 A씨는 공공공지 결정으로 인해 생계수단이 단절되어 버리는 가혹한 결과가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재판부는 카센터가 학생 안전에 큰 위험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간 사고가 난 적은 없었고, 등·하교 시간에는 카센터와도 맞닿은 차도를 통제하고 카센터도 이에 협조하고 있어서다. 초등학교보다 카센터가 먼저 있었단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학교 설립 계획 당시부터 카센터의 진·출입 차량이 학교 후문과 카센터에 동시에 맞닿은 차로를 이용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소음 문제, 녹지 확보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발생 소음은 기준치 이하이고, 녹지공간이 필요한 거라면 굳이 카센터가 있는 282㎡에 불과한 땅만 특정해 공원화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도봉구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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