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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 실트론 사익편취" 때렸지만…법원 판단 달랐다 왜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주)SK와 최태원 SK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4일 과징금과 시정명령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과 최 회장이 경북 구미 SK실트론을 방문해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주)SK와 최태원 SK회장에게 각각 과징금 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24일 과징금과 시정명령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과 최 회장이 경북 구미 SK실트론을 방문해 실리콘 웨이퍼 생산시설을 시찰하는 모습.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기업 총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한 사례로 첫 제재 대상에 오른 ‘SK 실트론 지분 인수’에 대해 법원은 공정위와 전혀 다른 판단을 내놨다. ‘기업의 합리성’이란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 불법으로 보기 어렵거나, 불법임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부장 위광하‧홍성욱‧황의동)가 ㈜SK 및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판결문에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인 ‘SK는 왜 SK실트론(옛 LG실트론)의 지분을 70.6%만 취득하고 나머지 29.4%에 대해선 매입을 포기했는가’라는 질문에 재판부가 “불합리한 결정이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한 근거가 담겼다. 지분 취득 혹은 지분 취득 포기 등 기업 경영상의 결정은 자본주의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우선 바라봐야 한다는 함의가 담긴 판시였다.

공정위 "사업기회 제공", SK "리스크 회피"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앞서 공정위는 주식회사 SK가 2017년 LG실트론의 주식을 70.6%만 매입한 뒤 나머지(29.4%)를 최태원 SK 회장이 인수하도록 한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SK가 나머지 지분 29.4%를 인수하는 ‘사업 기회’를 포기하는 과정에서 합리적 검토가 없었고, 그 결과 특수관계인인 최 회장이 해당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사업 기회를 확보하며 사익을 편취했다는 게 공정위의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021년 12월 최 회장과 SK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반면 SK는 SK실트론의 지분을 100% 완전 취득하지 않은 것은 이윤 추구 행위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을 위해 29.6%의 지분 매입을 포기한 게 아니라, 당시로선 지분 매입을 포기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취지다. SK는 2017년 취득한 지분 70.6%만으로도 SK실트론의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한 상태였다. 추가적인 지분 취득 없이도 단독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2021년 12월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2021년 12월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오히려 지분을 100% 취득하는 것은 투자금 회수와 투자 리스크 관리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SK의 주장이었다. SK실트론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집중적인 재원을 투자할 경우 리스크 분산이 어려웠다는 건데, 재판부는 SK 내부에서도 PM(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재무 부문을 중심으로 LG실트론이 생산하는 웨이퍼의 가격 상승 시기와 성장 폭을 놓고 핑크빛 전망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태원 선정 과정에 개입 근거 없어" 

재판부는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고, 이 과정에 해외 기업 등 다른 경쟁자가 존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지분 인수를 위한 적격투자자로 최종 선정된 건 최 회장이 제시한 입찰 가격이 가장 높아서였고, 자금 조달능력도 확실했다는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최 전 회장이 적격투자자로 선정되는 데 있어 SK실트론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2월 전원회의를 통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 최태원 회장과 (주)SK에 각각 과징급 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1년 12월 전원회의를 통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과 관련 최태원 회장과 (주)SK에 각각 과징급 8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연합뉴스

법원은 최 회장을 제외한 다른 의향자들이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주주 간 협약 체결 등 SK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던 만큼,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공정위 주장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다. “투자자의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해 협약이 필요했다는 사정만으로 공개경쟁입찰이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과 같다고 볼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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