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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 일할수록 젊어져" 맥도날드 '분위기 메이커'는 90대 [세계 한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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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주(州)에 사는 맥신 앤더슨(90)은 35년간 맥도날드에서 주5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혼다 다미코(91)는 일본 내 점포 3000곳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가운데 최고령이다. 여기서 24년째 일하는 혼다는 청소직원이자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 중이다.

이처럼 미국·일본 등에서 아흔이 넘은 어르신들이 평생 현역으로 맥도날드에서 일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일본 TBS 방송 등이 최근 전했다. 이들은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게 건강유지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켄터키주(州)에 사는 맥신 앤더슨(90, 오른쪽)은 35년간 맥도날드에서 주5일 일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혼다 다미코(91, 왼쪽)는 일본 내 지점의 여성 직원 중에 최고령이다. X(옛 트위터)

미국 켄터키주(州)에 사는 맥신 앤더슨(90, 오른쪽)은 35년간 맥도날드에서 주5일 일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혼다 다미코(91, 왼쪽)는 일본 내 지점의 여성 직원 중에 최고령이다. X(옛 트위터)

"퇴직한 남편이 집안일 다 해줘" 

지난달 1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앤더슨은 자신이 나고 자란 루이빌의 한 매장에서 35년간 일했다. 음식을 나르고, 매장을 청소하는 게 일이다. 근무 중에 미소를 지으며 활발히 돌아다니는 게 활기를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한다.

고령에도 활기찬 그를 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단골이 많다. 상사인 매트 도드는 "앤더슨은 수 십년간 우리 매장에서 일하며 손님 수 백명과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단골인 네바 톰프슨은 "앤더슨에게 긍정 에너지를 받는다"면서 내 삶을 즐겁게 만들어준 그와 매일 대화하는 걸 기다린다"고 전했다.

루이빌 밸리 스테이션 근처에 있는 딕시 하이웨이 맥도날드 매장서 일하는 앤더슨(왼쪽 끝). X(옛 트위터)

루이빌 밸리 스테이션 근처에 있는 딕시 하이웨이 맥도날드 매장서 일하는 앤더슨(왼쪽 끝). X(옛 트위터)

현지 매체와 인터뷰하던 상사가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같은 날 함께 은퇴하자"고 농담하자 앤더슨은 "그때가 되면 내게 전동카트를 사달라"라면서 "걷지 못하더라도 일은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유쾌하게 받아쳤다. 35년간 일할 수 있는 건, 퇴직 후 요리·장보기 등 집안일을 전부 도맡아준 남편 덕분이다. 앤더슨은 "집에만 앉아 있는 건 행복하지 않다"면서 "일할수록 젊어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근무 시간 외에 그는 매장서 남은 음식을 노숙자에게 주는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에서는 앤더슨과 같은 75세 이상 어르신 200만명 이상이 현역으로 뛰고 있다.

67세에 '인생 3막'…100세까지 일할 것 

TBS와 일본 마이니치 등에 따르면 혼다는 집에서 버스로 20분 거리에서 주 5일 통근한다. 수·일요일에는 쉰다. 오전 7시 30분부터 3시간 일하는데, 주로 '맥모닝' 메뉴가 나오는 바쁜 시간대다.

일본 구마모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혼다 다미코(91)는 일본 내 점포 3000곳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가운데 최고령이다. 일본 도야마 맥도날드 점포에 95세 남성직원이 있지만, 혼다(24년)보다 근속연수는 짧다. 혼다가 24년간 일하면서 모신 점장만 10명이라고 한다. X(옛 트위터)

일본 구마모토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는 혼다 다미코(91)는 일본 내 점포 3000곳에서 일하는 여성 직원 가운데 최고령이다. 일본 도야마 맥도날드 점포에 95세 남성직원이 있지만, 혼다(24년)보다 근속연수는 짧다. 혼다가 24년간 일하면서 모신 점장만 10명이라고 한다. X(옛 트위터)

맥도날드는 혼다가 67세에 찾은 세 번째 직장이다. 그는 구마모토의 한 병원에서 수년간 간병인으로 일하다 61세에 퇴직했다. 그리고 67세까지 시내의 한 대학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그러다가 외동딸이 '모든 연령대 환영'이란 문구가 적힌 맥도날드 구인 공고를 보여주면서 인생 3막이 펼쳐졌다. 일을 권해줬던 딸은 암 투병 끝에 14년 전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혼다는 근무를 앞두고, 딸의 사진을 보며 "엄마, 일하고 올게"라고 읊조린다.

그는 성실한 근무 태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번도 결근한 적이 없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성격 덕이다. 장마철 폭우를 뚫고 버스를 타고 일하러 와 동료와 가족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손자가 "일할 만큼 일하신 거 아닌가요"라고 걱정스레 묻지만, 혼다는 "일하는 덕에 건강하다"면서 "주위에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100세까지 산다면 100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쾌한 성격 덕에 주위에서 '건강 할머니'로 불린다. 매장 직원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열심히 일하니까 매장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평했다. 고령 손님들이 "저도 혼다 씨처럼 일하고 싶다"며 보러 오기도 한다. 혼다는 젊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집에서 만든 절임 요리인 락교를 나눠주며 즐거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혼다는 TBS에 "일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에 내일을 기대하게 된다"면서 "인생에는 내일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본에서 혼다와 같은 고령 근무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고령화 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 노동인구는 927만명으로 30년 전보다 두 배 늘었다. 일본에서 2021년 4월 발효된 고용법 개정에 따라 기업은 의무 퇴직 연령을 폐지하거나 70세로 늘리는 등 노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연령·성별 무관…퇴직 연령 기준 없어

외신들은 맥도날드가 나이·성별·국적·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직원을 고용하며, 퇴직 연령 기준이 따로 없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고령 직원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에선 17년간 맥도날드 미아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임갑지 할아버지(당시 92세)가 2019년 은퇴식을 했다. 임 할아버지는 무지각·무결근으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서울 미아점 '시니어 크루'로 일했던 임갑지 할아버지. 중앙포토

서울 미아점 '시니어 크루'로 일했던 임갑지 할아버지. 중앙포토

앞서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고궉응(당시 90세)이라는 여성은 위암 3기로 사망하기 전까지 싱가포르 맥도날드 매장에서 20년간 일했다.

1950년~1960년대 초 가사도우미로 일했던 고는 70세에 "다시 일하고 싶다"면서 집에서 도보 20분 거리 매장에 일자리를 구했다. 고의 가족들은 매체에 "자기 능력을 소중히 여기셨고, 자녀에게 용돈 요구도 하지 않으셨던 분"이라며 "직장서 받은 표창장 등을 보물로 여겼다"고 전했다. 고는 사망 전까지 일에 애정을 갖고 근무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지난 2018년 고궉응이라는 90세 여성은 위암 3기로 사망하기 전까지 싱가포르 맥도날드 매장에서 20년간 일했었다고 보도했다. X(옛 트위터)

싱가포르 매체인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지난 2018년 고궉응이라는 90세 여성은 위암 3기로 사망하기 전까지 싱가포르 맥도날드 매장에서 20년간 일했었다고 보도했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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