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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쌀 때, 가장 싸게"...대형마트들 가격 파괴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가격파격 선언은 이마트가 2024년을 시작하며 월별로 식품 3대 핵심상품과 가공, 일상용품 40개 상품을 선정해 한 달 내내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새 가격 정책이다. 뉴스1

가격파격 선언은 이마트가 2024년을 시작하며 월별로 식품 3대 핵심상품과 가공, 일상용품 40개 상품을 선정해 한 달 내내 최저가 수준에 제공하는 새 가격 정책이다. 뉴스1

이커머스 기업들에 밀리던 대형마트가 ‘마트의 본질’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파격 가격’ ‘가격 파괴’를 앞세워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을 마트로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라서 가능한 식료품 물량 공세에, 일정 기간 초저가 유지 정책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할인 정책을 내놓으며 대형마트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의 본질 경쟁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할인 상품, 어떻게 정할까 

롯데마트는 2월부터 매주 한 가지 품목을 정해 초저가에 판매하는 '핫프라이스' 가격제를 시행한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2월부터 매주 한 가지 품목을 정해 초저가에 판매하는 '핫프라이스' 가격제를 시행한다. 사진 롯데마트

기존 대형마트 할인 정책은 품목과 기간이 한정적이었다. 품목은 ‘제철 과일’ 또는 ‘삼겹살 데이’ 같은 이벤트 중심이었다. 짧게는 하루, 길면 일주일 정도로 ‘반짝 행사’라는 인식이 강했다. 이런 할인 행사 통념을 깬 시도가 이마트의 ‘가격 파격 선언’이다.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월별로 먹거리 3종과 생필품 40개를 선정해, 한 달 내내 초저가 가격을 유지한다. 1월엔 ‘삼겹살·대파·호빵’이, 2월엔 ‘소불고기·양파·만두’에 삼겹살이 한 번 더 선정됐다.

할인 품목은 철저히 소비자 관점에서 정한다는 게 이마트 설명이다. 가령 대파와 양파는 가장 비싼 때, 가장 필요할 때 한달 내내 초저가로 판매됐다는 것.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대파 1kg 전국 평균 가격은 5235원으로 1년전 3405원에 비해 54% 급등하며 금(金)파로도 불렸다. 그런데 이마트에서는 지난 한 달 2980원(흙대파 1봉 800g 내외)에 팔렸다. 양파는 명절 음식 등 ‘한식 필수 아이템’이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롯데마트도 ‘핫프라이스’ 정책을 새로 선보이며 가격 전쟁에 뛰어들었다. 매주 딱 한 가지 품목을 정해 가격 상식을 파괴하는 초저가로 선보이겠다는 것. 2월 첫 주 품목인 정갈한 쌀(10kg)은 19900원으로 정가 3만1900원보다 1만2000원 저렴했다. 온라인보다도 싸 준비된 300톤 쌀이 모두 팔렸다. 둘째 주는 돼지갈비 할인에 들어간다.

대량 매입·신선 저장으로 가격 유지

마트의 ‘최저가’ 비결은 물량 공세다. 이마트는 1월 삼겹살 100g을 1780원에 판매하며 평소 대비 2배 물량인 삼겹살 570톤을 준비했다. 2월에는 100g당 1680원으로 가격을 더 낮추며 ‘앵콜 할인’에 들어갔다. 매입 물량이 늘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봤고, 인기 품목들의 이익률을 낮춰 잡는 등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최저가를 자체 경신했다. 롯데마트도 쌀을 평소 대비 10배, 돼지갈비는 2배 사들이는 방법으로 판매가를 30% 이상 낮췄다.

이마트는 경기도 이천에 1만4000평 규모의 '후레쉬센터'를 운영해 농산물을 대량으로 들여와 신선하게 보관하다 판매할 수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경기도 이천에 1만4000평 규모의 '후레쉬센터'를 운영해 농산물을 대량으로 들여와 신선하게 보관하다 판매할 수 있다. 사진 이마트

다른 비결은 ‘대량 신선 저장’이 가능한 물류 시스템이다. 대파나 양파 같은 신선식품은 산지에서 이마트 자체 농수산물 가공센터인 후레쉬센터로 들여온다.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46,535㎡(약 1만4000평) 규모로 차려진 이곳에서 첨단 저장 기법인 CA(Controlled Atmosphere) 저장을 통해 신선도를 지킨다. 저장고 내부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대량 매입한 농산물을 할인 기간 내내  입고된 상태대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물가 안정’ 내세운 마트 속내는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지난 몇 년간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에 고객들의 장바구니를 내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계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50.5%로, 처음으로 오프라인(49.5%)을 앞섰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 비중은 5년째 줄어 2019년 19.5%에서 지난해 12.7%까지 떨어졌다. 대형마트가 앞장서서 가격파괴를 선언하며 소비자 모시기에 나선 배경이다. 믿을만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대형마트의 본질을 살려 돌아선 소비자 발길을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뉴스1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뉴스1

짧은 기간이지만 본질에 집중한 ‘가격 파격’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마트에서 삼겹살을 2차례 이상 구매한 고객은 이 기간 삼겹살 구매 전체 고객의 15%, 3번 이상 구매 고객도 전체의 8%나 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 5%p(포인트)이상 늘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명주 연구원(한국투자증권)은 “2024년에는 가계 식비 지출 중 내식 비중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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