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당 내준 뒤, 친박·비박 전쟁 터졌다…대통령 운명 가르는 총선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4월 총선은 닥쳐올 겨울을 두꺼운 방한복을 입고 맞을지, 헐벗은 채로 눈보라를 맞을지 결정되는 선거다.”

여권 고위 관계자가 7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은 단순히 임기 3년 차에 열리는 중간 평가 성격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5년 단임제 대통령은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임기를 끝내게 된다”며 “윤 대통령에게는 과실(정책 결과물)을 거두는 가을을 거쳐 추운 겨울을 어떻게 맞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총선이 그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정책 과제 해결 속도를 높이고 집권 후반기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려면 총선 승리를 통한 여당의 안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아홉 번째,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권교체가 됐으면 제대로 일할 기회를 준 다음 그에 대한 평가와 심판을 받는 게 순리인데, 지금은 번번이 거대 야당 벽에 막혀 일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의석수에 밀려 국정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수차례 토로했다. 지난달 17일 민생토론회에서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조세제도를 개편해 달라’는 시민 패널의 요청에 “대통령령으로 할 수 있는 거라면 불이익이 있더라도 밀어붙일 수 있지만,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건 국민께서 뜻을 모아 알려달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 1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을 더불어민주당이 거부하자 “민심을 외면하고 정략적으로 지지층 표심을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기면 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동력을 확보하겠지만, 패배할 경우 식물 정부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대패 시 조기 레임덕으로 갈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반도체관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세 번째,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대통령들도 총선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2년 11개월 뒤 치러진 2020년 4월(21대) 총선에선 ‘180석 슈퍼여당’(민주당 163석+ 더불어시민당 17석)이 탄생했다. 총선 다음 날 문 전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위대한 국민의 선택에 기쁨에 앞서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밀어붙였고, 임기 후반기까지 유기적인 당·청 협력을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반대 경우다. 취임 후 3년 2개월 뒤 치른 2016년 4월(20대)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는 데 그쳐 123석을 얻은 민주당에 제1당을 내줬다. 국민의당(25석), 정의당(2석) 등 다른 야당까지 포함하면 참패에 가까웠다. 총선 직후 박 전 대통령은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새로운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 책임론을 두고 ‘친박 vs 비박’ 간 갈등을 시작으로 여권 전체가 내홍에 빠져들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말 불거진 ‘최순실 비선 국정개입 의혹’으로 세 번의 대국민 담화를 냈지만, 이듬해 3월 탄핵당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공정한 공천’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런 전례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당시 친박 공천 논란을 예로 들며 “용산 참모 출신과 현역 의원 간 갈등 등 공천 관리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거나 비주류 이탈이 현실화할 경우 여당의 총선 승리는 요원해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점을 특히 유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