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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이냐 가성비냐…한우 선물세트 운명 가르는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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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북도 보은에서 화식한우를 기르는 ‘용대축산’의 축사. 김경미 기자

충청북도 보은에서 화식한우를 기르는 ‘용대축산’의 축사. 김경미 기자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에 위치한 한우 농가 ‘용대축산’.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피해 축사 입구로 들어서자 뜨끈하고 구수한 냄새가 풍겨왔다.

“어제부터 24시간 동안 삶고 뜸 들인 여물입니다. 볏짚, 쌀겨, 미강, 콩, 호박, 목화씨까지… 소한테 좋은 건 여기 다 들어갔어요. 피로 회복에 좋다는 밀크시슬도 들어갑니다. 이거 사람이 먹어도 돼요.”

매일 아침 화식(火食) 한우 300마리가 먹을 쇠죽을 준비한다는 이종문 대표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화식 한우는 배합 사료 대신 전통 방식으로 끓인 여물을 먹고 자란 소다. 오래 가열한 화식 여물은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해 소화 흡수가 잘된다. 125도 이상의 고온으로 끓여 살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잘 먹은 한우, 설에도 귀한 대접 

화식한우를 기르는 이종문 용대축산 대표가 여물에 들어가는 콩을 보여주고 있다.(왼쪽) 전자화식 기계에서 볏짚·콩깍지·미강 등의 곡물을 삶아 소들이 먹는 화식 여물을 만든다. 김경미 기자

화식한우를 기르는 이종문 용대축산 대표가 여물에 들어가는 콩을 보여주고 있다.(왼쪽) 전자화식 기계에서 볏짚·콩깍지·미강 등의 곡물을 삶아 소들이 먹는 화식 여물을 만든다. 김경미 기자

이 대표는 “일반 한우의 경우 1 , 1 등급을 받는 경우는 많아야 50% 정도지만 화식 한우는 70~80%가 이 등급을 받는다”며 “지방 조성 검사를 해보니 일반 한우보다 오메가3, 오메가6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키운 화식 한우는 설 선물세트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조선호텔 화식한우 구이세트(1+등급 이상, 3kg)는 52만8000원. 가성비 높은 10만원대 제품인 한우플러스 소 한마리 세트(1+등급, 1.2kg) 가격의 3.5배 수준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건강하게 자란 화식 한우는 지방층이 고루 분포돼 있어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데다 비린내가 확연히 적다”며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해보다 화식한우 판매량이 20%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고급이거나 저렴하거나, 설 선물 ‘양극화’

화식한우를 기르는 이종문 용대축산 대표가 화식으로 기른 한우를 손질해 들고 있다. 김경미 기자

화식한우를 기르는 이종문 용대축산 대표가 화식으로 기른 한우를 손질해 들고 있다. 김경미 기자

경기 침체와 고물가 상황에도 한우 선물세트는 명절이면 언제나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최근 한우 선물세트는 초고가의 프리미엄 상품과 중저가 가성비 상품이 동시에 인기를 끄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간 대형마트는 백화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실속형 가성비 한우 세트를 주로 선보였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 제품도 함께 판다. 여러 고객층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서다.

가성비 한우와 프리미엄 한우를 가르는 기준은 뭘까. 바로 먹이다. 고급 재료를 먹고 자란 소들은 희소성으로 인해 높은 가치를 인정 받는다. 화식 여물을 먹여 소를 키우는 곳은 전체 한우 농가의 3% 남짓에 불과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삼시세끼 소가 먹을 여물을 삶고 끓이는 과정이 너무나 고생스럽기 때문에 쉽게 도전하기 어렵다. 화식 여물을 삶는 전자 솥 가격만 7000만원 상당”이라고 귀띔했다. 녹차, 쑥, 약초, 인삼 등 특별한 먹이를 먹은 한우 선물세트가 더 고가에 팔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와 함께 유통 과정을 줄여 가격을 낮춘 가성비 한우도 여전히 잘 나간다.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한우 선물세트 매출 중 약 60%는 10만∼20만원대 상품이다.

한우 소비 ‘주춤’, 대형마트와 협업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설 맞이 명절 선물전을 찾은 관람객이 한우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설 맞이 명절 선물전을 찾은 관람객이 한우 선물세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한우 농가는 한우 소비가 설 연휴 반짝하는 데 그칠까 걱정이다. 최근 한우 사육두수가 늘며 가격은 내려가는데 소비는 정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한우는 미국·호주산보다 사육 기간이 더 길고 수가 적어 가격 비싸다. 하지만 최근 한우 도축 마릿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공급량이 늘었고, 명절을 앞두고도 이례적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등급 한우고기 도매가격(지육)은 1kg당 평균 1만5301원. 최근 5개년 1월 평균 가격(1만9037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에 이마트, 롯데마트 등은 고기의 도축 과정을 효율화한 자체 미트센터를 운영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농가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한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전국한우협회, 농협경제지주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연휴 첫날(9일)까지 한우 할인판매 행사도 진행 중이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전국 대형마트, 농축협 매장과 손잡고 온·오프라인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며 “설을 맞아 온 국민이 한우를 부담 없이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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