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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디지털 디톡스 어때요...찬쉐 만날까 미야베 만날까

중앙일보

입력

밀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트와 명작 특선 영화를 보다 보면 새해 목표로 꼽았던 독서는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닷새 간의 설 연휴 중 하루라도 독서에 몰두해보는 건 어떨까. 설 연휴를 앞두고 출판된 신간 중 눈여겨볼 만한 것들을 소개한다.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의 신작 장편 『격정세계』(은행나무)가 지난달 31일 나왔다. 소설은 상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가상의 도시에서 활동하는 북클럽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문학과 예술의 도시 ‘멍청’을 배경으로 북클럽 ‘비둘기’에서 활동하는 소설가 한마, 평론가 헤이스와 페이, 서점을 운영하는 샤오웨, 독자 샤오쌍과 샤오마의 일상이 펼쳐진다.

『격정세계』 표지. 사진 은행나무

『격정세계』 표지. 사진 은행나무

‘좋은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한 찬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문학과 소통, 육체와 정신, 현대인의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일상의 언어로 쉽게 풀어낸다. 얼핏 보면 가벼운 청춘 연애 소설로 읽히지만 기저에는 문학의 본질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이 녹아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한층 대중적이다.

2021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벵하민 라바투트도 신작을 선보인다. 전작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가 과학자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난달 26일 나온 신작 장편 『매니악』(문학동네)은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 수학자 존 폰 노이만, 바둑기사 이세돌에 의해 격변하는 세계에 초점을 맞췄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소설이다.

『매니악』 표지. 사진 문학동네

『매니악』 표지. 사진 문학동네

이야기는 에렌페스트의 양자역학으로 시작해 폰 노이만이 매니악 컴퓨터를 발명하고 그로부터 70년 뒤 알파고가 탄생하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하는 3부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충돌이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히 펼쳐진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는 ‘올해의 책’ 중 하나로『매니악』을 꼽았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표지. 사진 포레스트북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 표지. 사진 포레스트북스

전 세계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100만부 이상 팔린 미국 심리치료사 버지니아 사티어의『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포레스트북스)도 눈여겨봄직 하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사티어는 가정 환경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아이는 무엇으로 자라는가』는 그 70년 세월이 담긴 책이다. 사티어는 "가족은 세상을 압축해 놓은 소우주"라고 말하며 "가정은 온전한 인간을 키워내는 둥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을 눈여겨보자. 소설집『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북스피어)는 영화 ‘화차’의 원작 소설을 쓴 미야베 미유키가 일본의 정형시 하이쿠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책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자작 하이쿠를 지어 돌려보는 ‘치매 예방 하이쿠 모임’에 가입한 이후 하이쿠의 세계에 매료됐다고 한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에 담긴 12편의 단편은 의료 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그린 SF부터 절대 시들지 않는 열매가 등장하는 판타지까지 다양한 장르로 구성됐다. 시댁에서 고립된 며느리, 남자친구에게 스토킹 당하는 여자, 바람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삶을 엄마의 입장에서 쓴 이야기 등 여성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표지. 사진 북스피어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표지. 사진 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는 "처음에 하이쿠를 감상하고 그 후에 소설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하이쿠를 읽으면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것"이라는 독서 팁을 남겼다. 12편의 단편 소설 제목은 모두 하이쿠에서 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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