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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경질론, 축구협회 고심…걸림돌은 위약금 60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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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위르겐 클린스만

위르겐 클린스만

위르겐 클린스만(사진)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지만 대한축구협회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십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위약금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 역대 최고의 라인업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에 이르기까지 매 경기 졸전과 부진을 거듭하다 4강에서 도전을 마쳤다. ‘4강’이라는 성적표를 ‘실패’로 단정 짓긴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과 팬들이 한 목소리로 사령탑 조기 교체를 요구하는 이유는 아시안컵을 통해 드러난 클린스만호의 전술적 역량 부족이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천신만고 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직후 클린스만 감독 관련 비공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 관계자는 “중도 탈락할 경우에 대비해 감독 교체를 포함한 플랜B와 플랜C를 마련하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매체별 보도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220만 달러(29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2년 반 정도의 임기를 남겨둔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할 경우 축구협회가 물어줘야 할 위약금은 6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자진 사퇴가 아닌 해임일 경우 잔여 임기 연봉을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 하는 코칭스태프 계약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음 사령탑 및 코칭스태프에게 지급해야 할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감독 교체에 따른 손실 비용은 경우에 따라 100억원 가까이 치솟을 수 있다. 현재 천안 대표팀트레이닝센터 건립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고 있는 축구협회의 재정 상황으로 볼 때 수십억 원대의 뭉칫돈을 선뜻 꺼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리더십 붕괴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거액의 위약금을 주고 감독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선임 과정에 관여한 이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축구협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행정적으로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을 주도한 건 마이클 뮐러 감독선임위원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협회 최고위급 인사가 물밑에서 관련 협상을 이끈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협회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하면 하루빨리 사령탑을 교체하는 게 대표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바람직한 결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만약 축구협회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클린스만 체제를 유지하길 원한다면 대표팀 운영과 관련해 축구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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