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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고성국 앞에 줄선 후보들…"유튜버가 공천위원장 같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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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총선을 2개월가량 앞두고 정치 유튜브 채널이 유사 공천심사위원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채널이 친명·친윤 후보를 자의적으로 구분해 띄우고, 동시에 적합도 여론조사나 공약 이행 평가, 면접 등 공천 심사와 다름 없는 방송을 진행해서다.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캡처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은 여론조사꽃(대표 김어준)이 실시한 지역구별 가상 대결 조사(무선전화면접 방식) 결과를 꾸준히 발표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일 방송에선 전북 군산이 대상이었다. 전체 응답자에선 지역구 현역인 신영대 의원이 31.8%, 도전자인 김의겸 의원(비례)이 30.7%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신 의원 37.2%, 김 의원 37.9%였다. 이날 김씨는 굳이 민주당 지지층 조사를 콕 집어 “0.7% 포인트 차이”라며 웃은 뒤 “여기는 초초초박빙이다. 적극 투표층에서 1.3% 포인트 김의겸이 앞서고, 이건 뭐 가봐야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7일 조사,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구독자가 147만명인 이 채널이 앞서 주목한 건 비명계 의원 지역구 여론 동향이었다. 이원욱(화성을)·윤영찬(성남중원)·조응천(남양주갑)·김종민(충남 논산-금산)·설훈(부천을) 의원의 지역구가 타깃이었고,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이 결과를 공유하며 이들의 탈당을 압박했다. 민주당 당직자인 안귀령 상근부대변인이 고정 출연해 진행을 보조했고, 이재명 대표(단식)나 홍익표 원내대표(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출연했다. 한 당직자는 “친명 강성 지지층을 쥐고 흔들다 보니, 김씨가 온라인 공천심사위원장이란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구독자 50만명의 ‘박시영TV’는 지난해부터 ‘위너프로젝트’ 코너에서 총선 도전자를 출연시켜 “이재명 대표를 어떤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을 던진 뒤 답변을 평가했다. ‘현역 의원 공약이행 평가’ 시리즈를 방송하는 구독자 90만명의 ‘새날’에도 친명계를 자처하는 전현희·최민희·김현·이정헌 등 예비 후보가 출연했다. 구독자 63만명의 ‘이동형TV’는 윤용조·김지호·모경종 등 이재명 대표 최측근을 출연시킨 뒤 “찐찐찐이야” 같은 제목을 붙였다. “유튜버가 사실상 친명 후보 홍보 대행사”(수도권 재선 의원)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진영도 엇비슷하다. 구독자 100만명의 ‘고성국TV’는 최근 ‘뉴페이스 토크배틀’이라는 코너에서 김도식·도태우·공정숙·조용술 등의 예비후보를 소개했다. 이 채널은 ‘현장대담’이라는 코너에서 예비후보 지역구나 출판행사 등을 찾아간다. 구독자 86만명의 ‘이봉규TV’에는 김소연·조광한·유낙준·조상규 등 예비후보가, 구독자 126만명의 ‘배승희변호사’ 채널에도 호준석·박정훈·김성용·여명 등 예비후보가 출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정치인보다도 정확한 판단과 탁월한 혜안을 갖고 일을 하셨다”(김성용)는 식의 노골적인 발언도 그대로 공개된다.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올라온 현장대담 영상. 박성근 국민의힘 부산 영도중 예비후보를 소개하면서 '김무성 치우고 박성근 세우자!'는 제목을 달았다. 유튜브 캡처

지난 6일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올라온 현장대담 영상. 박성근 국민의힘 부산 영도중 예비후보를 소개하면서 '김무성 치우고 박성근 세우자!'는 제목을 달았다. 유튜브 캡처

대형 유튜브 여러 곳에 출연하는 한 예비후보는 “실제 유튜브 방송에 나가면 지역에서 ‘잘 봤다’는 피드백이 온다”며 “선거 90일 전부터 방송 출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유튜브는 거의 유일한 홍보 창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가 정당 기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유튜브와 정당정치’ 토론회 발제를 통해 “유튜브 정치·시사채널이 ‘유사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유튜버들은 정당이 아닌 리더에 복무하길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며 “김어준씨가 여론조사를 하고, 박시영씨가 후보자에게 당대표에 대한 평가까지 (요구)하는 걸 보면 준(準)공천심사위원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뻥까는 사형" "개엑스엑스가 필요" 욕설경연장이 된 정치 유튜브

4·10 총선 예비 후보가 대거 출연 중인 정치 유튜브 채널에는 욕설·혐오·비방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공정보도 의무 ▶연설·토론 절차 규정 등의 공직선거법이 유튜브엔 적용되지 않아서다. 유튜브 진행자는 예비후보의 거친 발언을 제지하기보다 ‘슈퍼챗’을 노리는 듯 부추기는 모습도 보인다.

조용술 국민의힘 마포을 예비후보는 지난달 30일 ‘고성국TV’에 출연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가짜뉴스 전파자들은 사형감 아니냐고 했는데, (정작) 이분이 가짜뉴스 공장장이다. ‘뻥까’는 사형”(1월 30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도태우 대전중남 예비후보도 “이재명 대표야말로 세상의 큰 재앙, 화재를 가져오는 인물”이라며 “나쁜 혀의 경우 이 세상을 오히려 죽이고 불 지르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2월 1일)고 쏟아냈다.

조용술 국민의힘 마포을 예비후보는 지난달 30일 ‘고성국TV’에 출연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가짜뉴스 전파자들은 사형감 아니냐고 했는데, (정작) 이분이 가짜뉴스 공장장”이라며 “뻥까는 사형이다”(1월 30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유튜브 캡처

조용술 국민의힘 마포을 예비후보는 지난달 30일 ‘고성국TV’에 출연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가짜뉴스 전파자들은 사형감 아니냐고 했는데, (정작) 이분이 가짜뉴스 공장장”이라며 “뻥까는 사형이다”(1월 30일)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유튜브 캡처

반면에 양문석 민주당 안산상록갑 예비후보는 지난달 22일 ‘새날’에 출연해 “열성 당원과 지지자들 분노를 누군가는 전해줘야 한다”며 “개엑스엑스(XX)가 필요할 때 개엑스엑스를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 핵심 전해철 의원에게 당내 도전장을 내민 그는 지난해에도 “바퀴벌레는 밟아 죽여야 되고 수박은 깨야 된다”(스픽스·3월 18일), “저들은 사람 X끼가 아니라 그냥 개XX”(새날·9월 25일) 같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당직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으나, 공심위에선 적격 판정을 받았다.

온라인상 혐오 발언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진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공관위 면접장에서 “민주당을 공격하는 의원이 있어서 (서울 강북을로) 갔다. 정체성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며 박용진 의원을 면전에서 비난했다. 양문석 후보도 4일 공관위 면접 직후 자신의 출마에 대해 “민주당 반개혁 세력에 대한 응징”이라고 주장했다.

양문석 민주당 안산상록갑 예비후보는 지난달 22일 ‘새날’에 출연해 “열성 당원과 지지자들 분노를 누군가는 전해줘야 한다”며 “개엑스엑스(XX)가 필요할 때 개엑스엑스를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양문석 민주당 안산상록갑 예비후보는 지난달 22일 ‘새날’에 출연해 “열성 당원과 지지자들 분노를 누군가는 전해줘야 한다”며 “개엑스엑스(XX)가 필요할 때 개엑스엑스를 이야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버 진행자가 특정인을 공격할 때도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비판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타깃이 됐다. “김경율 해임으로 한동훈의 진정성을 보여라”(고성국TV), “김경율 택시 타고 도망, 머리 염색 위장까지”(이봉규TV) 등이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 검증 단계부터 막말 행위자를 원천 배제하고, 당내 규율로 유튜브 출연을 통제하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직접민주주의적인 대중의 열망을 이뤄지게 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고, 김어준씨 같은 사람이 이를 100% 이용한 것”이라며 “일거에 정리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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