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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YCB 주가 또 급락…금융권 전체 번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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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투자금을 빌려준 은행까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지역은행인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가 최근 세 차례나 두 자릿수 대 급락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5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NYCB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 급락한 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37.6%, 이달 1일 11.1% 하락에 이어 세 번째 급락이다. 지난 2일 5% 반등한 직후 신용평가사 피치가 NYCB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린 영향이다.

NYCB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용도로 빌려준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 2억6000만 달러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크게 나빠졌다. 예상의 10배가 넘는 대손충당금(5억5000만 달러)을 쌓느라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 뱅크를 인수하느라 손실을 키운 측면도 있다. 배당금까지 대폭 줄이겠다고 예고하자 투자자가 동요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미국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증시 내 지역은행 주가를 추종하는 KBW 지역은행 지수는 이날 1.85% 하락, 5거래일 전 대비 10% 급락했다. 미 부동산 정보 업체 트랩에 따르면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는 5600억 달러(약 744조원)에 이른다.

미국발 위기는 일본,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아오조라은행은 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에 대비해 324억 엔(약 2억1800만 달러)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아오조라은행이 보유한 미국 오피스 부동산 대출 잔액은 18억9000만 달러로 이 중 7억1900만 달러가 부실 대출이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지난해 4분기 미 상업용 부동산 손실에 대비한 충당금을 1억2300만 유로(약 1억3200만 달러) 쌓았다고 밝혔다. 지난해(2600만 유로)의 4배 이상이다. 스위스의 3대 은행인 율리우스베어은행은 오스트리아의 부동산 기업 시그나그룹에 빌려준 7억 달러를 손실 처리했고, 이후 최고경영자(CEO)가 부실 대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문제는 고금리에 부동산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서 제2·제3의 NYCB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분석 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2022년 1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부동산 가치는 22% 하락했다.

다만 아직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4일 방영된 CBS 인터뷰에서 ‘상업용 부동산 위기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소형 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라고 답했다.

한국의 기관투자자도 저금리 때 미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크게 늘린 만큼 경각심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가 해외 부동산에 대체 투자한 55조8000억원 중 20%는 올해 만기를 맞는다.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이기도 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주요 선진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PF)을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지난 2일 CNBC에 출연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만기가 서로 다르고 (은행마다) 익스포저도 다르다”며 “상업용 부동산 문제는 갑작스러운 파산 발표와 함께 바닥이 무너지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점점 끓어오르는 위기이거나 천천히 진행되는 열차 사고에 가까울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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