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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제재혼 신랑감 1위, 베트남 남성…통계에 숨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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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여성이 외국인 남성과 재혼(再婚)할 때 가장 선호하는 국적은 어디일까. 통계 수치만 놓고 본다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 남성의 인기가 많았고, 최근에는 베트남 남성이 1등 재혼 신랑감으로 떠올랐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지난 5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여성이 재혼한 외국인 남편 국적 1위는 베트남(556명)이었다. 2위는 중국(446명), 3위 미국(141명), 4위 필리핀(46명) 순이었다.

앞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2003년까지 한국 여성이 국제 재혼하는 상대 남성의 국적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가장 많았다. 2003년만 보면 일본(1158명), 중국(808명), 미국(277명) 순이었다. 베트남은 5명에 불과했다. 중국과 관계가 밀접해진 2004년엔 중국 남성(2787명)이 일본 남성(1624명)을 크게 따돌리며 1등 국제 재혼 신랑감으로 떠올랐다. 당시 베트남 남성은 2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다음 해인 2005년 두 자릿수(13명)가 되더니 결국 2022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뭘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혼한 여성의 원래 국적은 대부분 베트남이었다. 2022년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가운데 482명(86.7%)이 귀화 한국인이었다. 그 482명 중 식별할 수 없는 2명을 제외하고 480명 전원(100%)의 원래 국적은 베트남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원래 베트남 국적을 가진 여성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 귀화한 뒤 이혼하고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서 혼인신고(초혼·재혼)를 한 건 2000년(77명)부터다. 이후 2006년 1만128명으로 고점을 찍었고, 2022년엔 3319명이었다. 박연관 한국외대 베트남어학과 교수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왔다가 귀화하고 이혼한 여성들은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한다. 한편 한국에 노동 인력으로 들어왔다가 정착하려는 베트남 남성들이 많아졌다”며 “둘 사이에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한국 국적을 노린 위장결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엔 재혼 과정이 범죄에 가까운 사례도 상당수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 여성이 베트남 남성과 결혼을 약속→한국 남성과 위장 결혼→한국 국적 취득→이혼→본래의 베트남 남성을 한국으로 불러 재혼→해당 남성도 한국 국적 취득으로 이어지는 수법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국제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는 박윤배씨는 “불법 결혼 중개 업체들이 이런 문제를 키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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