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고소한 연대생 결국 패소…재판부 "소송비도 부담"

연세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이 지난 2022년 7월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집회 중 발생한 소음으로 수업권을 침해당했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6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36단독 주한길 판사는 6일 A씨 등 연세대생 2명이 청소노동자 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한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여는 정병민 변호사는 선고 후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 의미를 일깨워준 연세대 청소노동자에 대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면학을 위해 학교의 새벽을 여는 학내 구성원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부연했다.

A씨 등은 2022년 5월 캠퍼스 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연 집회의 소음 때문에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노조 집행부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수업료와 정신적 손해배상금 등 약 640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원고 중 1명은 중도에 소를 취하했다.

학생이 학내 노동자를 상대로 고소·고발한 것을 두고 당시 연세대 재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와 대자보 등을 통해 찬반 의견을 내는 등 논쟁이 커진 바 있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수업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2022년 12월 불송치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불구속 송치했으나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작년 5월 최종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연세대 출신 법조인들은 A씨 등의 법적 대응은 과도하다며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해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법률 지원을 맡았던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는 2022년 7월 "(청소노동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행동을 봉쇄하기 위해서 형사 고소를 하고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