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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웰컴투 삼달리’ OST 대박… '개미'처럼 일하는 음악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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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살던 세상 이제부턴 다 필요없다/ 눈치보며 살기 싫다 엎어치기 한판승” (노라조 ‘이판사판’)
지난해 연말 인기를 모았던 쿠팡플레이 드라마 ‘소년시대’를 봤다면 이 노래를 모를 수 없다. 드라마의 메인 OST이자, ‘온양 찌질이’ 장병태(임시완)가 싸움으로 충청도를 제패한 ‘아산 백호’ 정경태(이시우) 흉내를 내다가 들킨 후,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배경으로 사용됐다. 국악과 기타를 접목한 신명 나는 멜로디가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몰입도를 더했다.

‘소년시대’ OST 하면 장병태와 강선화(강혜원)가 빵집 데이트를 할 때 나온 ‘깊은 밤에 우리’, 질풍노도의 시기를 이겨내고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장병태 이야기를 담은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도 빼놓을 수 없다. 가수 Munan(무난)이 부른 영어곡인 '웬 아이 워즈 영'(When I was young)은 드라마 배경인 1980년대 후반 분위기를 제대로 녹여, 올드팝인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 노래들은 모두 ‘소년시대’ OST를 총괄한 개미 음악감독(강동윤·)의 손을 거쳤다. 음악감독은 드라마에 필요한 효과음이나 어울리는 노래들을 골라 적재적소에 삽입하는 사람이다. 개미 감독은 ‘태양의 후예’·‘구르미 그린 달빛’·'동백꽃 필 무렵'(이상 KBS), ‘부부의 세계’(JTBC) 등 수많은 히트드라마의 OST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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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스페셜앨범을 발매한 JTBC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OST도 개미 감독이 맡았다. 그는 1980년대 감성을 대변하는 조용필의 명곡을 바탕으로 따스한 감성과 드라마의 여운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을 선별했다. OST는 최고 시청률 13.1%(닐슨 코리아)로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 인기와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소녀시대 태연이 부른 ‘꿈’은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멜론차트 상위권에 랭크하고 있다. “‘소년시대’와 ‘웰컴투 삼달리’로 성공적인 연말연시를 보냈다”는 개미 감독을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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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감독에 따르면 ‘소년시대’ OST는 “가장 이상적인 작업물”이다. 연출인 이명우 감독이 ‘이판사판’, ‘웬 아이 워즈 영’, '테이크 미 홈' 작사에 참여해 주인공 서사를 녹여냈다. 주인공 병태 역의 임시완은 ‘테이크 미 홈’의 멜로디와 가사를 듣고 자진해서 OST를 불렀다.

“드라마의 모든 걸 알고 있는 감독이 OST 작사를 하는 건 굉장히 좋은 방향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감독이 글 재주가 좋아서 결과물도 마음에 들었어요. '테이크 미 홈'은 드라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내용인데, 주연인 임시완이 불러 마무리가 완벽했죠.”

1980년대 후반의 드라마 배경은 개미 감독의 개인적인 향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개미 감독은 올드팝을 들으며 영상 음악 분야의 일을 꿈꿨단다. 공교롭게도 ‘소년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함께 작업한 ‘웰컴투 삼달리’에도 1980년대 조용필 히트곡이 드라마 전반에 사용됐다.

사진 더스튜디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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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을 보고 시대 배경의 정서를 음악에 잘 담아내는 것이 음악감독의 역할입니다. ‘소년시대’는 그런 면에서 수월했죠. 병태의 사랑 이야기에 필요했던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올드팝은 1980년대에 제가 실제로 좋아했던 음악 스타일입니다. 조용필 노래도 정말 많이 들었고 잘 알고 있기에 ‘웰컴투 삼달리’에선 조용필 노래를 재해석할 상징적인 가창자를 찾는 게 중요했습니다.”

‘웰컴투 삼달리’에선 세븐틴 도겸, 소녀시대 태연, 신승훈이 각각 ‘단발머리’, ‘꿈’, ‘추억속의 재회’를 불렀다. 도겸이 젊은 세대를, 신승훈이 기성세대를 위해 노래했고 태연은 중간 역할을 맡아, 세대 간 교류를 강조했다. 시청자들이 연령 불문하고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하는 개미 감독의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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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공감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개미 감독의 자세는 업계 대표 음악감독으로서 30년째 롱런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1995년 KBS 어린이 드라마 ‘어린 왕자’로 OST에 입문한 그는 130억원 이상의 기록적 매출을 낸 ‘태양의 후예’, 멜로디만 들어도 비밀을 숨긴 부부가 떠오르는 ‘부부의 세계’ 등의 히트 OST를 만들었다.

그는 “정해진 공식을 따르는 것을 경계하려고 노력한다. 주변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요즘 세대들이 어떤 콘텐트를 원하는지 배우려 한다. 이 분야에서 오래 했다는 건 장점은 아니다.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자칫 도태돼 보일 수 있다. 대중을 위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좋은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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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감독은 예명처럼 쉬지 않고 일한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가 도래한 이후엔 드라마 장르와 송출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올해 상반기 스케줄도 꽉 차 있다. 이처럼 '열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이 재미있어서”란다.

“음악 동료가 예명을 ‘베짱이’로 한다고 해서 저는 개미로 지었는데, 정말 개미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OTT등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편수가 증가한 덕분이죠. 상반기엔 3~4개의 OST를 작업할 예정입니다. 원래도 일을 즐기면서 했는데 요즘은 더 재밌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연출자, 젊은 연출자가 OST 작업을 제안해주면 그렇게 고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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