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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나라 한국 고맙다" 145억 온정, 식수·학교가 됐다 [튀르키예 강진 1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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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굿네이버스가 시리아 알레포 주 아프린 지역의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한 이재민 정착촌 ‘평화마을’ 전경. 사진 굿네이버스

굿네이버스가 시리아 알레포 주 아프린 지역의 실향민들을 위해 조성한 이재민 정착촌 ‘평화마을’ 전경. 사진 굿네이버스

지난해 2월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일대를 규모 7.8의 대지진이 강타했다. 5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명이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다.

“가는 곳마다 환대…국민에 감사 전하고 싶다”

한국전쟁 당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를 향해 한국인들은 발빠르게 도움의 손길을 보탰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랑의열매)를 통해 지진 발생 직후 2개월간 모인 성금만 145억원에 달했다. 지진 발생 1주기를 앞둔 5일, 사랑의열매 이정윤 나눔사업본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이재민들이 한국에 대해 커다란 고마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해외 재난 관련 모금에는 통상 5억원, 많아도 30억원 정도가 모인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129억원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기부가 이뤄졌다. 이 본부장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은 역대 해외 재난 가운데 가장 많은 성금이 모인 사례”라며 “튀르키예가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데다 지난해가 한국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이었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모인 귀중한 성금은 지난 1년여간 지진 피해 지역 곳곳에서 이재민들을 위해 쓰였다. 사랑의열매는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140여개의 연합체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를 통해 현지에서 피해복구 지원사업을 수행할 4개 기관(희망친구 기아대책·한국 월드비전·굿네이버스·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선정해 성금을 배분했다.

지진피해 지역에 지원된 위생용품을 한 주민이 받아가고 있다. 사진 희망친구 기아대책

지진피해 지역에 지원된 위생용품을 한 주민이 받아가고 있다. 사진 희망친구 기아대책

한국 월드비전은 이재민들이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E-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E-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마트 풍경. 사진 한국 월드비전

한국 월드비전은 이재민들이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E-바우처를 지급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E-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마트 풍경. 사진 한국 월드비전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하타이주 주민 1만2448명에게 식량과 생필품을 지원하고, 아동을 위한 임시학교를 지었다. 한국 월드비전은 이재민들이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직접 선택해 구매할 수 있도록 E-바우처를 9500가구에 지급했다.

튀르키예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제사회 관심이 적었던 시리아 이재민에 대한 지원도 이뤄졌다. 굿네이버스는 시리아 알레포주에 267가구를 위한 조립식 주택으로 구성된 이재민 정착촌 ‘평화마을’을 조성했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알레포주 내 식수 관련 시설을 복구했다. 이 본부장은 “피해 지역의 경우 외국인은 직접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현지 NGO들과의 협력이 필요했다”며 “사업 수행 기관을 선정할 때 현지 NGO와 파트너십이 구축돼있는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현지 NGO와 긴밀한 협력 하에 사업이 진행된 덕분에 이재민들의 수요에 맞는 지원이 이뤄질 수 있었다. 지난해 8월 피해복구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는 이 본부장은 “방문하는 곳마다 주민들이 마을 입구로 몰려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환대를 해줬다”며 “한 마을에서는 그 지역 성직자가 우리를 집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해주고 싶어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곳에서도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이켰다.

그는 “성금이 현지에서 꼭 필요한 곳에 잘 쓰이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지에서 많은 환대를 받고 감사의 말을 들었다. 성금을 낸 국민들에게 전하는 인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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