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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9야드’ 세계 최고 장타 괴물…“깨진 드라이버 헤드만 1000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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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롱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우승한 카일 버크셔는 압도적인 장타 비결에 대해 “드라이버를 휘두를 때 가슴과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 코브라하우스에서 드라이버 스윙 시범을 보이는 버크셔. 전민규 기자

롱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에서 세 차례 우승한 카일 버크셔는 압도적인 장타 비결에 대해 “드라이버를 휘두를 때 가슴과 어깨의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 코브라하우스에서 드라이버 스윙 시범을 보이는 버크셔. 전민규 기자

몸도 풀지 않고 몇 번 스윙을 했는데 볼 속도가 시속 209.6마일이 나왔다. 아마추어가 쓰는 일반 드라이버로, 평소 쓰던 롱티가 아니라 미들티로 친 게 그랬다. 이 괴물은 속도를 더 올리려 했는데 다칠까 두려워 기자가 그만하라고 말렸다. 지난 3일 서울 강남 코브라 하우스에서 만난 최고 장타 선수 카일 버크셔(28·미국) 얘기다.

버크셔는 역대 최고 볼 스피드(시속 241마일, 약 388㎞)와 최고 거리(579.6야드, 524.5m)를 기록한 선수다. 메이저 장타 대회인 롱 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 2019년과 2021년, 2023년 챔피언이다. ‘헐크’ 브라이슨 디섐보가 공을 멀리 치기 위해 사사한 선생님이기도 하다.

버크셔는 188㎝의 키에 넓은 어깨, 장타를 위한 근육으로 무장했다. 6세 때 250야드를 날렸으며 야구 선수로 14세 때 시속 80마일대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버크셔 보다 하드웨어가 좋은 선수는 널렸다.

그는 몸과 마음과 머리로 볼을 친다. 인터뷰 중 질문을 하면 대부분 다시 물어봤다. 기자의 질문을 두 번 듣고 자신이 그 질문을 직접 말한 후 답을 했다. 정확히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청력이 좋지 않다. 선천적으로 듣는 능력이 일반인의 50%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는 부족한 청력이 장타로 성공한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버크셔는 “어떤 사람들은 많은 장점을 갖고 태어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장애 때문에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가진 걸 최적화, 최대화해 가능한 최고의 삶을 살면 된다. 나는 입술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내 상황에 적응하는 방법, 내가 하는 일을 잘하게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어떤 면에서는 장애를 초능력이 되게 할 수도 있다. 청력이 좋지 않아 오히려 손감각이 발달해 볼을 헤드 페이스 가운데에 맞힐 수 있다. 고막에서 끊임없이 소음이 울리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잘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이 훨씬 더 평화롭기도 하다. 장타대회에선 야유도 나오는데 그런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버크셔는 뒷바람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뒷바람은 너무 단순해 공기 역학을 잘 아는 자신의 장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뒷바람이 시속 10~15 마일 정도 불면 로프트 각도 7~8도의 드라이버로 3000rpm으로 회전을 걸어 공을 높이 띄운다. 비슷한 속도의 맞바람이 불면 1도 혹은 2도의 헤드로 rpm 1500 정도의 백스핀으로 30m가 넘지 않게 낮게 친다”고 했다.

그는 “30번 정도 치면 헤드가 깨져 지금까지 1000개 정도의 헤드를 썼다. 한 대회에는 30개 정도 가지고 나간다. 한 대회에서 8~10개 정도의 헤드가 깨지지만 날씨에 따라 다른 헤드를 쓰기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많은 헤드를 준비한다”고 했다. 버크셔는 코브라 골프의 다크 스피드 드라이버 제작에도 깊이 관여했다.

롱 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 4회 우승의 전설적인 선수 제이슨 주백은 “버크셔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긴 드라이브샷을 쳤고 폭풍같은 힘으로 시속 230마일이 넘는 볼 속도를 내 이 스포츠를 크게 변화시키면서 장타 선수들을 스피드 경주로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2년 전부터 그의 볼 스피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버크셔는 “가장 멀리 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다가 1년 반 정도 전에 깨닫게 됐다. 2주 만에 볼 속도가 시속 236마일에서 239마일로 늘었고 이후 241마일을 기록했다. 장타대회 다른 선수들도 내가 쓰는 방법으로 스윙하면서 전반적으로 스피드가 늘었다”고 말했다.

장타 선수들은 대부분 장타 비결에 대해 “공을 세게 쳐라” 정도로 얘기한다. 버크셔는 이전에 자세히 얘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장타 비결을 본지에 설명했다. 버크셔는 “스윙의 틀이 잡혀 있는 골퍼라면 아마추어라도 간단한 동작 변화로 시속 5마일 정도의 스피드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타 비법은 7일 발간하는 중앙일보 프리미엄 플러스 골프인사이드 기사에 공개한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카일 버크셔

◦ 체격 : 키 1m88㎝, 몸무게 97㎏
◦ 생년월일 : 1996년 11월 1일
◦ 최장타 기록 : 579야드
◦ 최고 볼 스피드 기록 : 시속 241 마일
◦ 롱드라이브 월드 챔피언십 우승 : 3회(2019, 2021, 2023년)
◦ 사용 드라이버 : 코브라 다크 스피드(제작 참여)
로프트 1(맞바람)~7도(뒷바람)
샤프트 R(정확성 보다 거리 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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