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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하고 적자 눈덩이…위기의 통영적십자병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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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통영시 서호동에 있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인 통영적십자병원. [통영적십자병원 홈페이지 캡처]

통영시 서호동에 있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인 통영적십자병원. [통영적십자병원 홈페이지 캡처]

인구 40만명인 경남 거제·통영·고성을 아우르는 지역거점공공병원인 통영적십자병원이 최근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가 1년 가까이 공석인 데다 병원 이전·신축 작업도 지지부진해서다. 또 수억 원의 코로나19 지원금도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5일 통영적십자병원(이하 병원)에 따르면 현재 병원 신경과에는 소속 전문의가 없다. 지난해 3월 신경과를 담당하던 공중보건의가 전역하면서다. 병원은 5차례 채용 공고를 냈지만, 전화 문의조차 없었다고 한다. 연봉 3억100만원, 사택 제공 등을 내건 마지막 공고에도 지원자는 없었다.

8개월 넘게 휴진하던 병원 신경과는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도움으로 급한 불은 껐다. 지난해 11월부터 창원경상대병원이 병원에 신경과 교수 2명을 파견하면서다. 하지만 진료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반응이다. 두 파견 교수가 각각 매주 목요일, 둘째·넷째 주 화요일만 병원에 오는데, 치매·두통·만성 통증 등 진료를 원하는 고령자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공공의료 강화 대책으로 추진 중인 병원 이전·신축 사업도 첫 단추부터 엇나가고 있다. 통영시가 이전·신축할 병원 부지를 제공하고 보건복지부가 건축비(2500억원 추산)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아직 병원 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 부지를 두고 시와 병원 간 의견차가 있어서다.

통영시 등에 따르면 시가 검토한 부지는 명정동 충렬사 뒤쪽이다. 기존 병원과는 차로 2분 거리(약 770m)다. 상당수 부지가 경남교육청 소유여서 기관 간 행정협의만 하면 당장 사용이 가능하고,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내 의료기관 균형배치 차원에서 적절하단 게 시의 판단이다.

반면, 병원은 부지 경사가 가파른 데다 통영 이외 거제·고성 주민의 접근성은 떨어진다며 난색을 보인다. 또 진입로가 없는 일명 ‘맹지(盲地)’여서 추가 비용이 많이 들 것을 우려한다. 새 진입로(왕복 4차로 기준) 20m를 만드는 데 160억원이 넘게 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월 병원의 관련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앞서 2020년 하반기 병원은 보건복지부 공공병원 이전·신축 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기존 병상 수(99병상→300병)와 진료과(8개→16개), 직원 수(110명→500~600명) 등 병원 규모는 대폭 커진다. 또 심뇌혈관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분만센터, 정신질환센터, 소아병동 등도 갖추게 된다.

이런 가운데 병원은 정부로부터 받은 코로나19 지원금 2억5000만원도 반납할 처지다. 앞서 병원은 2020~2022년 코로나19 유행 당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느라 발생한 손실 보전 명목으로 30억8900만원을 받았다. 그런데 최근 보건복지부가 손실보상금이 과다 지급됐다며 일부를 환수하라고 조치했다. 병원은 환수 조치가 과하단 반응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해 적자 3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지역거점공공병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라곤 하지만, 정작 직원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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