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양지만 찾아가는 장관·용산 참모” 이례적 질타한 윤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민의힘 우세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전직 대통령실 참모와 장차관 출신 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5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도 “서운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박진 국민의힘 의원과 검사 출신인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서울 강남을에서 공천을 다투는 게 대표적 사례다. 윤 대통령은 전날(4일) 참모들에게 “우리 정부 장관과 용산 참모가 양지만 찾아가는 모습은 투명하고 공정한 당의 시스템 공천 노력을 저해하는 움직임”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한다. 김수경 대변인이 5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도 특혜받지 않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당에 누차 당부한 바 있다”는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윤 대통령은 국정 경험을 쌓은 이들이 현역 야당 의원이 있는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고, 탈환해 오기를 기대한 것으로 안다”며 “대통령실 출신 참모가 양지를 놓고 다투는 모습은 누가 봐도 안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거취를 두고 ‘윤심 논란’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도 “어떠한 관여도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 비대위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에 윤 대통령은 지난해 험지 출마를 위해 떠난 청년 행정관들에게는 “다들 양지만 간다는데, 왜 험지를 택했느냐”며 고마움을 표했다고 한다. 이승환(서울 중랑을)·김원재(수원무)·여명(동대문갑) 등이 험지를 찾아간 청년 행정관 출신 인사들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 참모들이 양지만 찾는다”는 질문에 “공천 신청은 자유지만 이기는 공천, 국민이 보기에 수긍할 공천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설 특별사면 대상으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사면 심사 결과를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령부에 정치 댓글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각각 기소돼 지난해 8월과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재상고를 취하 또는 포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