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비 시간당 2만6000원"…파리, 대형 SUV에 3배 물린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주차비가 3배 오르게 됐다. 도로 안전과 공공 공간 확보, 환경 오염 등 대응 차원에서다. 파리에선 지난해 4월에도 주민 투표를 통해 시내 전동 킥보드 대여 서비스를 폐지한 바 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도로.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파리시는 1.6t 이상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SUV와 2t 이상의 전기 SUV의 시내 주차비를 한 시간에 6유로(약 8600원)에서 18유로(약 2만6000원)로, 외곽지역에선 4유로(약 5800원)에서 12유로(약 1만7000원)로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두고 국민 투표를 했다.

투표 결과 인상안은 54.5%의 찬성을 얻어 통과됐다. 반대표는 45.5%로 전체 투표율은 5.7%였다.

파리시는 앞서 도로 안전과 공공 공간 확보,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이번 주차 요금 인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지난 10년간 파리의 차량 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차량의 평균 크기가 커지면서 도로나 공공장소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또 크기와 무게가 증가하면서 사고의 피해 규모도 커졌다는 게 시의 부연설명이다. 실제 1990년 차량의 평균 무게가 975㎏이지만 현재는 1233㎏으로 250㎏가량 더 무거워졌다.

아울러 SUV나 사륜구동이 일반 차량보다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면서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자연기금(WWF) 프랑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프랑스 내 SUV는 가족용 차량으로 인기를 끌면서 7배나 증가했으며 신차판매량에서 차지하는 SUV의 비중도 40%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파리시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내 도달 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는 도시 계획인 '15분 도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안 이달고 시장의 재선 이후 친환경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