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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터리 브리핑] 숙적 그리스와 튀르키예 모두 만족시키려는 미국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미국 정부가 오랫동안 끌었던 F-16 전투기의 튀르키예 패키지 판매를 허가했다. 같은 날, 그리스에 대한 F-35 전투기 판매도 허가했는데, 이것은 미국과 밀접한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이면서 지역의 앙숙인 두 나라를 고려한 지정학적 균형을 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①튀르키예와 그리스 사이 지정학적 줄타기하려는 미국
지난달 23일(이하 현지 시각),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는 동의안을 표결로(찬성 287표, 반대 55표) 통과시켰다. 며칠 후 지난달 26일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미 국무부가 튀르키예에게 신형 F-16 블록 70 전투기 40대와 기존 F-16 전투기 79대를 V 사양으로 개량할 수 있는 키트를 판매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발표하면서 최종 승인 권한을 지닌 의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공군의 핵심 전력인 F-16 전투기. 튀르키예 국방부

튀르키예 공군의 핵심 전력인 F-16 전투기. 튀르키예 국방부

같은 날, 국방안보협력국은 튀르키예의 숙적인 그리스에 대한 F-35A 전투기 40대 판매 승인 소식도 전했다. 나토 회원국이지만, 숙적인 두 나라에 대한 전투기 판매는 미국의 지정학적 줄다리기의 결과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으로 미국에서 F-35 전투기를 도입하려는 계획이 무산됐고, 산업 협력에서도 축출됐다. 또한, 미 의회에서 튀르키예가 요청한 F-16 전투기 관련 계약도 거부하는 분위기도 지속했다. 튀르키예에 강경한 미 의원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승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튀르키예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F-16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전력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종종 에게해에서 튀르키예 공군과 공중전을 벌일 정도로 적수인 그리스는 2022년 6월 미국에 F-35 전투기 판매를 요청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그리스에 대한 F-35 판매를 허가할 경우, 튀르키예와의 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리스는 미국제 F-4와 프랑스제 미라지 2000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해야 한다.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앞선 성능의 F-35 도입을 통해 튀르키예 공군력에 대응하려 해왔다.

한편, 튀르키예는 야심 차게 개발하고 있는 5세대 전투기 칸(KAAN)이 2030년대 초반에 완성될 것이란 전망 때문에 전투기 노후화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지만, 이번 미국의 F-16 관련 판매 승인으로 우려를 덜었다. 하지만, 미 의회에서 승인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②미 의회, 해양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요구
미 의회의 초당파 의원 모임이 백악관에 군함과 상선 생산 분야를 위한 국가 전략과 투자를 요구하고 나섰다. 애리조나주 민주당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플로리다주 공화당 마이클 왈츠 하원의원은 중국이 해양에 대한 전략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서한을 의원 19명의 서명을 받아 백악관에 보냈다. 의원들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과 홍해에서 발생한 후티의 공격이 해양 영역에서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보여주는 최근 사례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이 지적한 사례에 대한 대응은 미 해군이 담당하지만, 미국 조선소들의 함선 건조 능력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미 해군 정보국(ONI)이 작성한 ‘중국 인민해방군과 미국 해군의 전력 격차’라는 제목의 문서가 올라왔다. 문서에는 중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이 약 2325만 GT(총톤수)인 반면 미국은 10만 GT가 안 된다는 자료가 담겨있었다.

-50년간 운항 후 지난해 말 퇴역한 대형 수송선 USNS 길란드.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50년간 운항 후 지난해 말 퇴역한 대형 수송선 USNS 길란드. 미 해군 해상수송사령부

서한을 보낸 의원들은 세 가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첫째 군사ㆍ민간ㆍ상업적 차원에서 산업 기반 자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처 간 해양 정책 조정관 신설, 둘째 상업ㆍ민간ㆍ군용 조선 및 해운 산업과 관련 인프라 및 인력을 핵심 인프라로 지정해 국방생산법 타이틀 III 권한에 따라 투자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정, 마지막 셋째 중국 및 기타 해양 위협으로부터 미국 해양 영역의 위험 제거에 중점을 둔 국가 전략 개발이다.

서한을 주도한 켈리 상원의원은 지난해 12월 미국 해양 산업 지원 계획을 발표했는데, 필요하면 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선을 더 많이 건조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유조선과 화물선을 건조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해군에 수송선을 더 사들일 것을 요청했다.

현재 미군 장비를 해외로 운반하는데 사용되는 미 수송사령부 소속 수송선들의 평균 선령은 46년이며, 이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유지보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2019년 미 의회는 수송선단 전력 재편을 위해 수송 선박 7척 구매를 승인했지만, 상업 운수 수요 증가로 실패했다.

③러시아, 핵전력 강화하려고 안간힘
지난달 26일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부 차관은 R-28 사르마트 대륙간탄도미사일, Tu-160M 폭격기, 보레이-A 핵잠수함 크냐즈 포자르스키의 전력화가 올해의 주요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 무기는 러시아의 핵전력 유지에 필요한 삼각축으로 지난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것들이다. 이들 무기의 도입 지연은 서방의 제재도 한몫하고 있지만, 그동안 생산하는 회사들의 누적된 적자와 인력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160M. 투폴레프

러시아의 전략폭격기 Tu-160M. 투폴레프

사거리가 1만 8000㎞에 달하는 사르마트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011년 개발을 시작했고, 예정보다 늦은 2022년 4월 첫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낮은 수익성과 누적한 부채로 손실이 증가하고 있는 국영 우주사업회사 로스코스모스가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로스코스모스 CEO는 방송 인터뷰에서 서방의 제재로 인해 약 20억 달러의 수출 수익을 잃었다고 밝혔었다. 또한, 제재로 인해 서방의 기술과 부품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이를 대체할 수단을 찾아야 했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다. 비용지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만 7000명을 해고했고, 2023년에는 본사 직원을 절반으로 줄였다.

Tu-160 폭격기를 개량한 Tu-160M도 지연되고 있다. Tu-160M을 설계 및 생산하는 투폴레프사는 2027년까지 10대를 러시아 국방부에 납품하기로 했다. Tu-160을 개량한 Tu-160M은 2022년 1월에 첫 비행을 했지만, 지난해까지 4대를 납품하기로 한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소속 연구원은 폭격기를 생산하는 카잔 항공 공장(KAP)이 연간 1~1.5대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러시아 국방부의 계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루빈설계국이 설계하고 세브마시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보레이-A급 탄도미사일 잠수함 프로그램도 늦어지고 있다. 2023년 12월 진수한 8번함 크냐지 포자르스키가 진수했고, 다른 두 척이 건조되고 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러시아군은 이들 무기 외에도 다른 주요 무기체계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초, 아조우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알려진 A-50U 조기경보통제기도 서방의 제재 등으로 인해 가까운 시일 내에 추가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등 러시아군의 핵심 무기체계 전체가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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