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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대한민국 아파트, 지금이 변화의 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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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한준 LH 사장

이한준 LH 사장

지난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심각한 저출산과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사회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이다. 이에 맞게 국민 생활의 기본바탕인 주거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주택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주택의 변화방향을 모색하여 주택 산업 전반을 바꿔나가야 한다.

첫째, 지금까지의 물량 중심 공공주택 정책을 품질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2021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보다 높은 9.5%까지 증가했다. 이제는 양적 확충에서 더 나아가 공공주택 품질의 고급화에 집중해야 한다. 도심지 내 입지를 선정하고, 민간 브랜드 아파트 수준의 마감재와 조경을 적용해야 한다. 획일적 평면이 아닌, 1인 가구와 고령자 등을 배려한 주택평면 설계로 입주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

둘째,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과 소음 기준 미달 주택의 준공 불허방안을 내놓았다. LH 역시 ‘뉴:홈’의 바닥 두께를 21㎝에서 25㎝로 늘리고, 2025년까지 모든 신규 주택에 층간소음 1등급을 적용할 계획이다. 민간과 협력하여 소음 저감 기술을 상용화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셋째, 장수명 주택을 확대하여 30년 주기로 도래하는 소모적인 재건축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미국 주택의 수명이 약 70년인데 반해,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은 30년에 그친다. 만약 현재의 내구성을 유지한 채 3기 신도시 등 24만호와 1기 신도시 40만호를 새로 짓는다면, 30년 후 자그마치 64만호의 노후 아파트를 미래세대가 떠안게 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장수명 주택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기술환경 변화에 맞는 주택모형을 제시해야 한다.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때일수록 공공부문에서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적용된 스마트홈 개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팬데믹 이후 보편화한 재택근무는 물론, 드론·로봇 택배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을 고려한 도시와 주택 설계 역시 공공에서 앞장서야 할 부분이다.

지금 같은 시장 침체기에는 민간에서 미래를 보며 투자하기가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공공부문에서 과감한 투자와 기술개발로 새로운 주택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LH는 지난해 철근누락 사태 이후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사업 프로세스 전반을 품질 중심으로 개편 중이다. 공공부문에서 기왕 시작한 변화라면, 바로 지금이 아파트 패러다임을 바꿀 적기이다.

이한준 LH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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