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컷칼럼

읍소 대상이 된 제2부속실 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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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안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 유튜브 채널이 목사를 앞세워 김건희 여사를 함정 취재한 영상 중 대북 관련 발언에 놀랐다. “적극적으로 남북문제에 나설 생각”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평소 이상하게 생각했던 두 가지가 떠올랐다. 하나는 대북 문제. 윤석열 정부는 대북 정책이 진공에 가깝다.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경고만 반복한다. 보수 정부마다 북한과 불편하긴 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돌연 철수해 북한 뒤통수를 강타한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한동안 북한에 공을 들였다. 지금도 우리 모르게 퍼스트레이디 주변에서 남북문제 구상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당초 내조에 전념하겠다며 폐지

 또 하나는 제2부속실 문제. 영상의 촬영 시점은 정부 출범 100일을 갓 넘긴 2022년 9월이다. 이미 폐지된 제2부속실이 여전히 화두일 때였다. 김 여사가 대선 직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한 기자회견의 후속 조치로 제2부속실은 폐지됐다. 당선되자 반론이 나왔다. 정상적인 대통령 부인 역할을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 무렵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여사가 제2부속실 설치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는 뜻밖의 얘기를 했다. 자신을 보좌하는 조직을 마다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대북 관련 발언에 힌트가 있는 듯하다.

 대북 정책을 펼치려면 제2부속실 정도로는 어림없다. 남북이 정상 레벨의 대화를 조율할 때 얼마나 방대한 조직이 동원되는지는 노무현 정부 시절 진행된 대북송금 특별검사의 수사를 보면 안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김대중 정부의 북한 지원을 수사한 특검팀에 소환된 인물은 DJ 최측근 실세를 비롯해 청와대 수석, 국가정보원 고위 간부를 망라한다. 김 여사가 제2부속실을 꺼린 이유가 내조 전념보다는 역대 대통령 부인보다 큰 역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퍼스트레이디가 의전 역할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역대 대통령 부인에 대한 신문기사를 분석한 2008년 국내 연구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오히려 대통령 부인의 독자성이 줄고 은둔성과 부정적 이미지가 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박재영·윤영민). ‘근래로 올수록 위상이 높아지고 역할이 확대된 미국 영부인들과는 대조적’이라는 분석이다.

 대통령 부인이 정부 정책에 참여 폭을 넓히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 알려준다. 백악관에 들어간 그는 대통령 부인과 그 보좌진은 ‘이스트 윙’(동관)에서만 근무한다는 관행을 깼다(『살아 있는 역사』). '웨스트 윙'(서관)에 집무실 설치를 요구해 2층 공간을 확보했고, 제2부속실장 격인 매기 윌리엄스를 비롯해 보좌진을 20명으로 늘렸다. 그는 “정책에 참여하려면 이런 물리적·인적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다"고 역설했다. 초유의 파격은 미디어와 코미디의 단골 비판 소재가 됐지만, 참모들이 점차 언론으로부터 인정받게 됐다고 회상했다. 백악관을 떠난 지 15년 만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퍼스트레이디였던 그를 대통령 후보로 선택한 배경에는 투명성으로 확보한 신뢰가 자리했다.

이젠 리스크 관리차 복원 목소리

투명하지 않은 활동이 위험 키워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1년9개월 사이 달라진 것이 있다. 초기의 제2부속실 설치 목소리가 ‘권유’였다면 지금은 ‘요구’에 가깝다. 시계 몰카 동영상이 한 편뿐일까 불안해하는 여권의 절실함은 읍소 수준이다. 제2부속실이 있다고 리스크가 소멸하진 않는다. 그래도 모든 공식 일정에는 제2부속실 직원이 관여하고 배석하니 일관성 있는 위험 관리가 가능하다. 적어도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순방 중 벌어진 ‘명품 쇼핑’ 논란은 사전에 경고음이 울렸으리란 게 제2부속실 업무에 정통한 인사의 진단이다. 임기 초 대통령실이 발끈해 강력 대응에 나섰던 ‘김 여사가 경호원 4명을 데리고 청담동에서 명품 쇼핑을 했다’는 가짜뉴스를 연상시킨 그 사건 말이다. 제2부속실이 생겨도 바른 방법만 택한다면 김 여사가 남북 교류 시도를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글=강주안 논설위원 그림=심혜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