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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음대교수 온다" 사설캠프 이런 홍보…경찰 입시비리 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음악대학 입시비리 의혹이 확대되면서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대에선 작곡과 정시 선발 과정에 참여한 교수진이 모집 요강을 따르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고, 이어 현직 음대 교수가 특강 형태의 사설 캠프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퍼졌다.

“1차에서 3배수” 공지하곤 1.4배수만 뽑아

4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올해 작곡과 정시 모집 인원은 10명, 지원자는 36명이었다. 앞서 서울대는 1차에서 수능·실기 점수를 합쳐 3배수(30명)를 뽑고, 2차에서 다시 수능·실기·면접을 반영해 최종 10명을 선발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발표된 1차 합격자 명단에는 1.4배수(14명)만 들었다.

서울대 작곡과 모집요강엔 1차에서 모집정원의 3배수(30명)를 뽑는다고 명시돼있다. 사진 서울대 입학처 제공

서울대 작곡과 모집요강엔 1차에서 모집정원의 3배수(30명)를 뽑는다고 명시돼있다. 사진 서울대 입학처 제공

공지된 모집 요강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수험생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다. 수험생 A씨는 “입시요강은 선발 기준과 과정을 알려주는 안내판인데 이를 어기면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험생 학부모 B씨는 “학교에서 정한 모집 요강을 지키지 않는다는 건 교수가 입시를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만약 요강을 따르지 않았다면 이유라도 설명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발표된 작곡과 정시 1차 합격자 안내문에는 모집인원의 3배수(30명)에 절반도 못 미치는 14명만이 합격했다고 나와있다. 사진 서울대 음악대학 홈페이지

지난 15일 발표된 작곡과 정시 1차 합격자 안내문에는 모집인원의 3배수(30명)에 절반도 못 미치는 14명만이 합격했다고 나와있다. 사진 서울대 음악대학 홈페이지

서울대 측은 선발 여부에 대한 판단은 평가진인 교수의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선발 교수가) 지원자 자격이 미달이라고 판단한 경우 뽑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수칙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기 시험 기회가 중요한 수험생 입장에선 불만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한 음악 업계 관계자는 “실기 시험을 여러 차례 진행하는 건 단번에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수험생들이 2차 평가를 받을 기회를 교수가 임의로 없앤 셈”이라고 꼬집었다.

대학교수와 합숙하는 ‘사설 캠프’도 횡행

음대를 비롯해 예체능대 지망생이 대학교수와 합숙하며 레슨 등을 하는 ‘사설 캠프’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주로 입시 학원에서 주최하는 사설 캠프는, 수험생이 선호하는 교수를 지정해 참가 신청을 하면 학원이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스터 클래스’처럼 현행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교수가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식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결국 수험생들이 교수에게 별도 레슨을 받는 창구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서울대 음악대학 A 교수는 지난 2022년 중·고등학생이 참여하는 사설 음악 아카데미 캠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A 교수는 캠프에서 만난 학생이 “다시 곧 만나길 희망한다”고 하자 “선생님이 허락하면 나중에 찾아오라”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2년 서울대 A교수와 사설 캠프에서 만난 고등학생이 나눈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지난 2022년 서울대 A교수와 사설 캠프에서 만난 고등학생이 나눈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해당 교수는 오는 15~21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겨울 캠프에도 참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아카데미는 A 교수 외에 다른 서울대 현직 교수도 참여한다고 홍보했다. 파장이 커지자, 아카데미 측은 “대학 재직 교수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1대 1 레슨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공지를 덧붙인 상태다.

음대 입시를 둘러싼 각종 논란이 커진 건, 대학들이 비리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해부터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숙명여대 등 주요 대학의 입시비리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다.

한 사설 아카데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프 포스터. 사진 독자 제공

한 사설 아카데미에서 진행하고 있는 캠프 포스터. 사진 독자 제공

정성평가 위주의 실기 시험이 치러지는 음대 입시 특성상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음대 입시 비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부조리가 계속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예술계 입시 비리를 뿌리째 뽑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열 음대입시닷컴 대표는 “지금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설 자리를 잃는다고 느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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