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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불똥 튄 HMM 인수전…노조는 "차라리 우리가 하림 사자"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여의도 HMM 본사. 뉴시스

서울 여의도 HMM 본사. 뉴시스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의 매각을 놓고 매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림과 채권단(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상 기한인 6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 절차 자체가 원점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입장 차의 핵심은 정부(산은+해진공)가 보유한 1조6800억원대 HMM 채권의 주식 전환 여부다. 정부는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해 계약 기간 내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를 현금 대신 HMM 주식으로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수순대로라면 2025년까지 산은 등 정부기관이 갖게 될 HMM 지분은 32%다.

반면 HMM 지분 58%를 매입하기로 한 하림의 지분은 희석돼 38%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 대주주 지위는 유지할 수 있지만, 압도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하림은 산은에 '채권→주식' 전환 계획을 3년간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예 기간을 주면 그 안에 HMM의 빚을 갚겠다는 뜻이다. 다만 산은은 특별한 사유 없는 계획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20% 넘게 오른 주가, 오히려 부담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 배경엔 HMM의 업황이 좋아진다는 점이 작용한다. 지난해 말 본격화된 예멘 이슬람 반군 후티의 홍해 일대 위협 때문이다. 후티가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기 위해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위협하면서 해운사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 남단을 우회로로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화물 운임이 오르면서 HMM 등 글로벌 주요 선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2월 1만6000원대였던 HMM 주가는 2일 기준 1만9660원으로 오른 상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산은이 상승한 HMM의 주식 가치를 포기하고 원금 회수 결정을 내리긴 어렵다고 본다.

HMM 해원노조원들이 하림그룹의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배 위에서 펼치고 있다. 사진 HMM해원노조

HMM 해원노조원들이 하림그룹의 인수를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배 위에서 펼치고 있다. 사진 HMM해원노조

HMM 노조도 여론전을 펴고 있다. 노조 주장의 핵심은 ‘HMM이 갖고 있는 10조원대 현금을 하림이 인수 대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전·현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초청해 각종 공청회를 열어온 HMM노조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매각 반대 편지를 전달했다.

전정근 노조위원장은 편지에서 “해운업 발전을 위해 쓰여야 할 유보금이 하림그룹의 인수금융 이자와 빚 갚는 데 쓰도록 방치하면 안된다”며 “HMM의 매각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하림의 인수에 따른 노동 환경 악화 우려 등을 이유로 파업도 준비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우리 돈으로 17조원 짜리 하림그룹을 인수하는 게 더 쉽다”는 말도 돈다. 직원 80%가 가입된 노조의 반대를 정치권과 정부가 무시하기 어려울 거라는 게 노조의 기대다.

하림의 매각이 무산된다고 가정하면 이후의 계획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업계에선 현재의 HMM 재무상태 등을 감안했을 때 차기 인수 희망자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동원·LX인터내셔널도 잠재 후보군이다. 최근 한화오션의 움직임도 하림-HMM 인수 난항과 엮여 다양한 해석을 만들고 있다. 한화오션이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친환경 해운사 설립 등 해운업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해운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나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내용이라는 게 회사의 공식 설명이지만, 업계에선 일말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친환경 해운업이라는 과제를 눈 앞에 둔 HMM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줄 인수자를 택하는 게 정부의 입장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수출 진흥, HMM 성장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대한 하림의 막판 설득 여부가 협상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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