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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갔는데 누군가 "차 마시자"…이제부터는 공포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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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 시민이 지난 2016년 전국민 국가안보 교육의 날 제정을 맞아 불운한 여성이 외국인의 유혹에 넘어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위험한 사랑’ 만화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FT 캡처

한 중국 시민이 지난 2016년 전국민 국가안보 교육의 날 제정을 맞아 불운한 여성이 외국인의 유혹에 넘어가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위험한 사랑’ 만화 게시판 앞을 지나고 있다. FT 캡처

“국가 안전 기관이 당신에게 ‘차 마시자’며 부르지 않도록 하라.”

한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중국 국가안전부가 지난 30일 스파이 혐의로 소환 통보를 당할 수 있는 10가지 사례를 공개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간첩 행위를 하거나 이를 돕는 행위, 방첩 및 안보상 방범 책임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등 지난해 7월 1일 전격 시행된 반(反)간첩법에서 확대 규정한 스파이 행위가 모두 포함됐다.

안전부는 이날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스토리) 공식 계정에 “네티즌 사이에서 ‘칭허차(請喝茶, 차 마시자)’는 위법 범죄에 연루돼 웨탄(約談)이나 조사를 받는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안전부가 당신을 부를 수 있는 ‘10잔의 차’를 정리했다”며 안내 글을 올렸다.

중국에서 ‘차 마시자’라는 표현은 대개 당국이 시간·장소를 지정해 개인이나 기업 책임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걸 의미한다. 국가안전부가 위챗에 열거한 소환 시나리오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 간첩 및 지원 행위, 방첩 보안 예방의 책임 회피, 국가 안보상 필요한 허가를 얻지 않을 경우, 간첩 수사 협조의 거부, 국가 기밀의 불법 취득·소지, 스파이 장비의 생산·판매·소지·사용, 국가기밀의 누설 등이다.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뱃지. 국가안전부 위챗 캡처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뱃지. 국가안전부 위챗 캡처

스파이 방조 행위에 대해 안전부는 “타인이 간첩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정보·자금·물자·서비스·기술·장소 등을 제공하거나, 그를 은닉하거나 비호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또 범죄를 구성하지 않더라도 법에 따라 경고나 행정 구류, 벌금 처벌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위법 상황에 따라 국가안전부가 관련 기관과 직원에 대한 영업 정지 명령, 면허취소 등을 당국에 권고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외국인과 외국 기관에 대해 “방첩법을 위반하면 국가안전부가 출국을 결정하고 입국 금지 기간을 정할 수 있고, 안보상 필요하면 외국인의 거주 지역, 외국 기관의 사무소 설치를 제한할 수 있다”라고 했다.

중국 정부 부처 중 유일하게 홈페이지를 개설하지 않은 채 베일에 가려졌던 안전부는 지난해 8월 신방첩법(간첩방지법 개정) 시행 이후 SNS 계정을 개설했다. 간첩 고발을 위한 홈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안전부는 외교, 경제까지 관할 영역을 넓혀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4일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을 합친 민간 비밀경찰”이라며 “지난 2016년 베이징은 첫 연례 ‘전 국민 국가안보 교육의 날’을 제정하며 불운한 젊은 여성에게 스파이가 될 수 있는 외국인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위험한 사랑’이라는 만화를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를 다룬 『스파이들과 거짓말들(Spies and Lies)』의 저자 알렉스 조스케는 FT에 “국가안전부의 잦은 노출은 정치적 위상의 제고를 반영한다”며 “중국공산당 내부에서 점점 더 넓은 분야를 국가안보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세계의 협력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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