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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낯선 한국서 “이랏샤이마세”…20년째 뜨거운 홍대 앞 원조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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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6호 26면

이민영의 ‘SNS시대 노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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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가 보편화되면서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주제가 있다. 바로 음식, 여행 그리고 음식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다. 어떤 음식을 먹으러 가면 깊이 있는 문화여행이 되면서 ‘좋아요’도 많이 받을 수 있을까? 집에서 흔히 끓여먹는 인스턴트 ‘라면’과 발음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일본식 ‘라멘’을 추천한다.

SNS상에는 라멘의 역사와 계보는 물론, 다양한 라멘집들의 비교분석 콘텐츠가 계속 올라온다. 그 이유라면 전지구화 시대의 대표 음식이라 해도 될 만한 역사부터 꼽을 수 있다. 라멘은 시작부터 글로벌했다. 일본 메이지 시대에 중국인이 유입되면서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된 라멘은 1910년에 이르러 일본식 라멘으로 자리를 굳힌다. 일본의 ‘국민음식’이 된 후에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덕분에 라멘은 다른 어떤 음식 장르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음식이 되었다. 일본에서 들어온 다양한 계통의 라멘들은 한국에서도 계속 재창조되고 있는데, 이런 스토리가 역동적인 맛집 순례문화를 만들고 있다. 라멘 순례자들은 종교 신도처럼 열성적이며, 가게에서도 종교 사원처럼 엄격한 의식이 행해진다. 1만원이 안 되는 라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1시간도 넘게 경건하게 줄을 서는 것은 물론, 좁은 바(bar) 형태의 가게에서 무대 중앙을 보며 다닥다닥 붙어 앉는 것도 감수한다.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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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이런 독특한 라멘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홍대앞-합정 지역으로 순례를 떠나보길 권한다. 수십 곳의 유명 라멘집들이 인기 순위를 바꾸고 있지만, ‘홍대 앞 일본 라멘의 원조’로 인정받는 노포 하카타분코(사진1)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 2004년 오픈 당시 하카타분코는 “이랏샤이마세”라는 우렁찬 인사는 물론, 진하게 우린 돼지 육수에 차슈(삶은 돼지고기), 숙주, 파가 들어간 맛으로 한국에 ‘라멘 문화’를 열었다. 당시 홍대 앞을 지나다니던 청년들 중 이제 중년이 된 사람들이 인터넷에 쓴 후기를 보면 추억이 가득하다. “인스턴트 ‘라면’만 먹다가 여기서 ‘라멘’을 먹고 깊은 맛에 감동했다” “일본 여행 중 노포에서 라멘을 먹고 새 세상을 만났는데 한국에서도 그 맛을 볼 수 있어 고마웠다” “이곳에 오면 옛날에 느꼈던 문화충격과 청년 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오래오래 영업해달라” 등의 내용이다.

하카타분코의 대표 메뉴는 돼지뼈를 푹 고아낸 진한 육수로 만든 ‘인라멘(사진2)’이다. 그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청라멘’도 있다. 둘 다 현재 가격은 1만원이다. 사이즈별로 7000원, 4000원짜리 차슈덮밥도 있고, 밤 10시 이후에는 1만3000원짜리 차돌단면도 판다. 브레이크 타임 없이 새벽 3시까지 영업하니 언제든 가볼 수 있다.

이민영 여행·미식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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