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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發 주가 부양 기대에 코스피 2600 넘었지만…“강제 아닌 자율 개선 유도할 것”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이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정부 압박에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배당 및 자사주 소각 등을 확대하면 저평가됐던 기업 가치가 오를 수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강제적 주가 부양 아닌 자율적 기업 문화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기업 밸류업’ 기대감 코스피 2600 돌파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소식 등에 급등해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종가는 전장보다 72.85포인트(2.87%) 오른 2,615.31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호전 소식 등에 급등해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종가는 전장보다 72.85포인트(2.87%) 오른 2,615.31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87% 오른 2615.31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2600을 넘은 것은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이다.

그간 엉덩이가 무거웠던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기아는 전 거래일보다 12.42% 상승했고, NAVER(9.38%)·현대차(9.13%) 모두 큰 폭 올랐다. 삼성전자(2.17%)와 SK하이닉스도(1.66%) 역시 상승으로 장을 마감했다.

日처럼, “기업의 시장 저평가 해소”

이날 주가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호조와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준비 소식에 큰 폭 올랐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는 새해 업무보고를 겸해 진행한 ‘민생 토론회’에서 “상장사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평가를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 가치를 높여 기업 저평가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주가 부양책과 유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일본의 주가 부양책은 크게 ▶자본 효율성 개선 ▶개인 자금 유입 유도 ▶산업 정책 3가지로 나뉜다. 이 중 주목받는 것은 자본 효율성 개선 조치다. 지난해 1월 일본은 ‘중장기 기업 가치 증진 방안 초안’을 발표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상장사에 개선 방안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 기업에 2026년까지 과도 및 개선 기간을 준 뒤, 기업 가치에 개선이 없으면, 상장 폐지까지 고려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프라임·스탠다드 시장에 상장된 기업 3300개에게 주가 저평가 요인 분석과 개선방안을 요구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그때(주가 저평가 개선방안 요구)를 기점으로 일본 프라임 및 스탠다드 시장이 그로쓰 시장보다 아웃퍼폼(주가 상승률이 더 높음)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 기업에 주가 개선책 공표 요구할 듯

빠르면 2월 중순 이후 내놓을 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일본과 유사하게 주가 저평가 요인 및 개선책을 기업들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기업 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해 공표하거나, 공시 우수법인 선정 시 가점부여, 주주가치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상품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이 담길 예정이다.

“주가 개선 강제 어려워…과도 기대 금물”

다만, 금융당국은 정부가 적극적 증시 부양에 나설 거라는 것은 과도한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주가는 기업 가치뿐 아니라 대외 경제 환경과 유동성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만으로 주가 무조건 오를 거라 기대하긴 무리란 지적이다. 또 기업에 주가 저평가 개선을 권고할 수는 있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일본도 저평가 기업에 상장폐지를 고려하겠다고 명시적 밝힌 적은 없다”면서 “주가는 다양한 변수로 정해지는데, 정부가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하겠다는 식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자발적 문화 개선 초점…지배구조 해결해야 

정부는 주가 부양보다는 일단 기업 문화의 자발적 개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간 기업들이 매출 및 이익 증가에만 초점을 맞추고, 주주 가치를 소홀해 왔는데 이런 문화를 주주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가 주주 가치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이제 기업도 나설 차례가 된 것 아니냐”면서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자발적으로 마련해 공표하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압박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의 이런 노력도 고질적 기업 지배구조 문제 해결 없이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의 대주주들이 승계를 위해 일부러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은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지 않아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이 문제는 금융위 차원뿐 아니라 상법 개정 및 상속세 개편 등과 연계한 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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