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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살아났다…野 '꼼수 개정안'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1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가운데)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호 거부권(재의 요구권)을 행사해 최종 부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다시 살아났다. 야당이 주도한 새 개정안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다.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은 법안이라 총선을 앞두고 농심(農心)을 잡기 위해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해수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등 6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법안 의결에 반발해 퇴장했다. 회의에 참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 이견에도 불구하고 법률안이 통과돼 유감스럽다”며 “쌀 과잉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 등 정부 시장 개입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이번에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과 큰 틀에서 같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법안은 ‘쌀 초과생산이 3~5% 이상이거나 햅쌀이 나오기 직전인 단경기(7~9월) 또는 수확기(10~12월)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했을 때’를 전제로 “정부가 농업협동조합 등에 매입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제 조건을 ‘쌀값이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되는 경우’ 등으로 뭉뚱그리고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바꾼 수준이다. ‘꼼수’에 가까운 미세조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치가 빠진 만큼 오히려 기존 법안 대비 구체성이 떨어진다. 쌀 생산량·수요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비용 추계도 생략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 기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 매입하는 데만 예산 1조4000억원이 들 전망이다.

무엇보다 쌀 소비량이 주는 추세를 거스르는 법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23년 양곡 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전년보다 0.6%(0.3㎏) 줄어든 56.4㎏으로 집계됐다. 196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쌀 소비량은 1984년(130.1㎏) 이후 39년째 감소세다. 1인당 하루 평균 쌀 소비량(154.6g)으로 따지면 하루에 즉석밥 한 개(200~210g)도 먹지 않는 셈이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인 만큼, 야당이 향후 절차를 끝까지 밀어붙여 대통령이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다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대 60일)를 거쳐 본회의에 이르는 과정이 한창 총선에 걸쳐있다. 농민 표심을 얻기 위해서라도 ‘2라운드’가 길어 수 있다는 얘기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전국 250만 농민께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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