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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보다 잘나가는 미국 경제, 그 뒤엔 해외 우수 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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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경제 성장세가 선진국 중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로지역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700세대의 주거가 들어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주상복합건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뒤로 대형 크레인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경제 성장세가 선진국 중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로지역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700세대의 주거가 들어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주상복합건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뒤로 대형 크레인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과 유로지역 경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최근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과 달리 유로지역은 침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면서다.

고령화 진행 속도, 해외 인재 유치 여부 등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경제 격차가 한동안 유지될 거란 진단이 나온다. 유로지역의 상황은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급감하는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도 크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1일 한국은행 조사국 미국유럽경제팀이 낸 ‘미국과 유럽의 성장세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양 경제권 간 성장률 격차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크게 확대됐다. 김민수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국제무역 발달과 금융시스템 연계로 인해 미국과 유럽 경제는 어느 정도 동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처럼 이질적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성장 격차를 벌린 단기적 요인으로는 재정정책이 꼽힌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가계에 큰 규모로 재정을 지원했고, 이때 쌓인 저축이 소비로 연결돼 경제 성장세를 끌어올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반면 유로지역에선 2020~2022년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초과저축이 GDP 대비 8% 정도로 미국(12%)보다 작아 소비 여력이 제한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차질 여파도 유로지역에서 더 컸다. 에너지 가격 급등세로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고 소비가 둔화하면서다. 미국은 에너지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국’인 반면 유로지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55.5%(2021년)에 달한다. 중국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유로 지역이 받은 타격도 크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무역 개방도가 높은 유로지역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자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0.47~-0.63%로 떨어졌다.

한은은 이런 ‘성장세 차별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봤다. 양 경제권의 노동시장 구조, 생산성 차이가 경제 격차를 벌리면서다. 연구진이 2010~2019년 미국과 유로지역 성장률 차이(연평균 0.9%포인트)를 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생산성(0.5%포인트)과 노동투입(0.4%포인트) 차이가 컸다.

특히 이민정책으로 해외 우수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지가 핵심 키(key)로 꼽힌다. 유로지역은 이민자 대부분이 저숙련 인력인 데다, 첨단산업 육성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유로지역 중위연령이 빠르게 상승(1990년 33세→2021년 42세)하는 등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성장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다.

반면 미국에선 이민자들이 지식 전파, 역동성 증진 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1990~2016년 발명가 가운데 이민자 비중이 16%에 이르고, 이민자가 출원한 특허 시장가치 비중은 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짚었다. 벤처캐피탈 등 신생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이 발달해 고숙련 인재를 유치하기 좋은 환경도 갖췄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신산업 경쟁력 확보 필요성 등 유로지역의 고민은 한국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은은 “적극적인 이민정책으로 생산성 향상과 혁신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유입하고, 저출산 관련 정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수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신성장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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