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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도시설계대상] 사람을 위한 도시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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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세용

김세용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은 전후 복구 사업에 직면했다. 파괴된 도심을 급하게 복구하고 대량의 주택을 시가지에 짓다 보니, 남아있던 유적을 훼손하거나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일이 잦았다. 승전국 미국은 전후 호황을 구가하며 인프라 정비에 나섰다. 1956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연방고속도로법(전국에 약 6만6000㎞의 고속도로 건설)이후 고속도로변을 따라 교외 주택지가 확장되었고, 도심에는 상주인구가 감소하게 됐다. 대도시의 텅 빈 도심은 점차 슬럼화 되어갔고, 인종 문제와 결부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었다.

하지만 당시 도시 계획으로는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개발이나, 사회적 이슈를 고려한 도시 정비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그렇다고 개별 건축물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도시 공학, 디자인과 함께 사회적인 문제까지 해결 가능한 분야가 필요했고 전문가는 이를 ‘도시 설계’라 명명했다. 도시 설계 분야는 이렇게 196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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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재개발의 필요가 커지면서 80년대 초 건축법에 도시설계조항이 마련됐다. 이후 90년대의 1기 신도시, 2000년대 이후 신행정수도와 기업도시, 최근의 3기 신도시까지 지난 40여 년 동안 도시 설계는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발전해왔다. 중앙정부 주도의 대형 사업과 별개로 90년대 중반부터는 선출직 지자체장이 다양한 규모의 도시 설계를 시도했고, 최근에는 도심 쇠퇴, 고령화, 인구 감소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도시를 만들었다. 양적 물량을 늘리면서 사람을 숫자로 파악하는 데 익숙하다. 예컨대 ‘몇 명이 몇 분에 얼마만큼 이동하니까 이러한 도로 용량이 필요하다’는 시뮬레이션 등을 전제로 도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은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최단 거리 이동을 선택하고, 최소 비용만 지출한다는 것은 허상이다. 이제 도시 설계는 사람이 사람답다는 전제 아래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도시설계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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