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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대책 다 꺼낸 정부…지역의료계 "당장 이달 인건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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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며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지역·필수 의료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총망라됐다. 필수의료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집중 인상하기 위해 2028년까지 건강보험에서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지역에 남는 의사에게 충분한 수입과 교육·주거 비용 등을 지원하겠다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지역의료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구체성과 현실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붕괴가 시작된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책의 속도감이 중요한데, 이날 공개된 정부의 대책 중 상당수는 대통령 직속의 의료개혁특위를 꾸려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기로 했다. 유야무야되거나 대책이 너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방은 이미 줄폐쇄…이달 인건비부터 급해”

일명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라 불리는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수가 인상 등 보상체계 강화가 너무 늦었다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난이도가 높고 시간·자원 소모가 많으나 저평가됐던 필수 분야 수가를 집중적으로 올리기 위해 공공정책수가, 대안적 지불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 수도권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인기 전공은 인기 전공과 봉급부터 삶의 질, 위험도 등에서 차이가 너무 커서 웬만한 재정적 지원으로는 새로운 인력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이번 달에도 상급종합병원 소아과 의사들이 대거 그만둘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이고 빠른 집행 없이는 현장에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지역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도 “정부 노력은 보이지만, 다 먼 훗날 이야기라는 게 문제”라며 “지방은 벌써 신생아 중환자실이 줄폐쇄하고 있다. 당장 이번 달 인건비부터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위험도 높은 응급수술이 잦은 필수과 의사들은 ‘형사처벌 특례법’ 도입은 환영하는 한편, 이에 대해서도 세밀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복지부는 모든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해 환자에 대한 충분한 피해 보상이 가능해지는 것을 전제로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성규 대한중소병원협회장(동군산병원 이사장)은 “법적인 부담 경감은 현장의 의견이 많이 수용된 부분이지만, 책임 보험에서 얼마나 무과실 사고에 대한 보장을 해줄 것인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중증의료 의사와 개원의는 사고 위험도에 따라 공제회비 등을 달리 책정해야 할 텐데, 이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며 “지금 있는 의사협회 공제도 위험도 구분이 되어있지 않아 가입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의사제? “구체성·실효성 떨어져”

지역에 의사들을 잡아두기 위한 대책에 대해선 실효성을 두고 더 큰 회의론이 나왔다. 복지부는 현재 비수도권 의대는 정원의 40% 이상을 해당 지역 출신 학생으로 뽑아야 하는 ‘지역인재 전형’ 비율을 대폭 늘려 지역에 남는 젊은 의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지역 의대생에게 장학금·수련비용, 정주 비용 등을 지원하고 일정 기간 지역에 근무토록 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새롭게 내놨다.

이에 대해 한 지역 소재 의료원 내과 과장은 “지방은 인구가 줄어 모든 인프라가 사라져가는데, 누가 지원 조금 받는다고 지역에 남으려고 하겠느냐”며 “의사를 지방에 묶어두려는 발상 자체가 의사들의 반감을 살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 공공 의료원장도 “말은 좋지만,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비슷한 대책이 거론된 지 오래됐는데, 언제까지 근무하도록 하겠단 것인지 등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배장환 교수는 “정부는 지역 의사를 늘리려고만 하는데, 정작 그들이 일할 지역 병원에는 환자가 없어지고 있다”며 “서울 대형병원에 대한 지방 환자들의 의존도를 떨어뜨리거나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인포그래픽. 사진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인포그래픽. 사진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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