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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수치료 버려야 하나요, 비급여 장사 끝났네" 의료계 멘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증(치료)은 이제 도수치료 버려야 하나요?” “우리에게 사망선고 아닌가요?”

환자단쳬, "의료사고 형사책임 특례에 반대"

1일 오후 의사만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앞으로 ‘혼합 진료’를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일부 의사 사이에서는 “비급여 장사는 이제 끝났다” “의사를 도둑으로 몬다”는 반응이 나왔다.

혼합진료 금지 등에 의료계 부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혼합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환자가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가 섞인 진료 형태를 말한다. 물리치료(급여)를 받으면서 도수치료(비급여) 진료를 함께 받는 식이다.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 항목인 도수치료나 백내장 수술은 혼합진료 비율이 각각 89.4%, 100%에 이른다. 정부가 비급여 시장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비급여 진료는 의사 재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돈이 되니 의사들이 몰린다. 필수의료 인력 이탈의 요인 중 하나다. 실손보험을 이용한 비급여 과잉 진료 등과 맞물리며 개원 때 고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급여 진료 과목인 성형외과 의사(의원급 의료기관)는 2012년 1003명에서 2022년 1769명으로 10년 동안 76.4% 늘었다.

복지부가 혼합진료에 칼을 빼들자 의료계는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개원의가 주축인 대한의사협회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이다. 혼합진료 금지는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입장을 냈다.

전문의 A씨는 “앞으로 비급여 시장을 통제한다는 의도”라며 “인센티브 없이 월급만으로 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병원장 김모씨도 “이럴 거면 모든 의료기관을 국가가 강제로 국유화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며 “의사들 반발이 엄청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상운 대한병원장협의회 회장은 “뇌·심장 수술에서도 비급여 진료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혼합진료를 금지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실손보험 증가에 따라 비급여 끼워팔기가 의료 현장에 만연했다”라면서도 “급여·비급여 진료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확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복지부는 조만간 구성될 대통령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혼합진료 금지의 구체적인 방법과 대상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특위 구성은 이날 필수의료 대책에서 발표됐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 등 일부 국가는 혼합진료를 이미 금지하고 있다”며 “특위에서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미용·성형 의료사고 형사처벌특례 적용 예외 ▶미용시술 자격 개선 ▶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검토 등에도 반대하고 있다. 의원 개원의 문턱을 높이는 동시에 의사 외 의료인의 보톡스·필러 등에 대한 미용 의료 진입 장벽은 낮추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이 읽혀서다. 한 전문의는 “나라를 떠나고 싶을 정도로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에는 의사 490여명이 모여 정부 발표에 분노하는 오픈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채팅방에서는 “의사의 울분도 남과 동일하다” “반정부 투쟁이 답이다”와 같은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의사회장은 “인위적으로 개원 진입장벽을 높이고, 각종 규제로 개원가를 비롯한 의료환경을 황폐화해 의사들을 반강제적으로 고위험·고난이도·저보상 진료 영역으로 몰아넣으려는 단군 이래 최악의 보건의료 망책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특례법 제정에 반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일 오후 1시부터 국회 정문에서 정부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 발표를 규탄하는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일 오후 1시부터 국회 정문에서 정부의 의료사고 형사책임 면제 특례법 제정 추진 발표를 규탄하는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사진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시민단체도 이날 정부 발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두고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공익네트워크·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사의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은 해외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해 11월부터 복지부의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 참여해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 등을 논의해온 이들은 협의체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특례법이 제정되면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의 울분과 입증의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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