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숨진 딸 점퍼 입은 아빠 "법에서 사형 없애라"…최원종 판결에 울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판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법원을 빠져나오는 최원종.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재판 마치고 호송차에 오르기 위해 법원을 빠져나오는 최원종. 사진 이기인 경기도의원

14명의 사상자를 만든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범’ 최원종(23)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범행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검찰의 사형 구형도 “사형을 선고할 요건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렇게 판결했다. 최씨는 재판부가 판결을 선고하는 내내 피고인석에 앉아 왼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부장 강현구)는 1일 오후 2시 최씨의 살인, 살인예비, 살인미수 혐의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해 준비한 뒤 차량을 돌진해 2명을 숨지게 하고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들을 흉기로 찔러 상해를 가했다”며 “형법이 정한 가장 무거운 형인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검찰과 유족, 피해자 의견을 이해할 수 있으나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자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범인 최원종이 지난해 8월10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범인 최원종이 지난해 8월10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최씨가 스스로 정신질환 치료를 회피해 스스로 범행의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범행 직전 ‘스토킹 조직으로부터 피해를 보고 있다’는 피해망상과 관계 망상 등 조현병 증상이 심해져 아버지의 정신과 치료 권유를 받았는데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열흘 전부터 신림동 칼부림 등 디시인사이드 커뮤니티 게시글을 확인하고, 심신미약 감형을 키워드로 검색하기도 했다”며 “범행을 계획하며 자신의 정신 병력으로 심신미약 감형을 받을 수 있을지 염두에 둔 사정이 보여 심신미약에 따른 감경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이 사건 범행이 누구나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조장하고, 테러(살인) 예고 게시글이 유행하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도 언급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무기징역 선고에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피해자의 생명보다 피고인 최원종의 생명이 더 중하냐”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서현역) 앞에서 인도를 경차로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는 등 14명의 사상자를 만든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최원종(23)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치료 도중 숨진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가 딸의 대학 점퍼를 입고 취재진 앞에서 ″사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지난해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서현역) 앞에서 인도를 경차로 돌진하고 흉기를 휘둘러 2명을 숨지게 하는 등 14명의 사상자를 만든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최원종(23)에 대해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치료 도중 숨진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가 딸의 대학 점퍼를 입고 취재진 앞에서 ″사형이 선고되도록 항소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숨진 이희남(사망 당시 65세)씨의 남편은 “범죄자는 살고 피해자는 죽었다”며 “30년간 매일 다닌 동네 보행로에서 아내가 숨졌다.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딸의 대학 점퍼를 입고 선고 공판을 방청한 김혜빈(사망 당시 20세)씨의 아버지도 “피고인의 생명권 보장을 위해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법원 판결 납득할 수 없다”며 “차라리 사형을 법에서 삭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씨의 아버지는 선고 직후 “죄송하다. 정신과 치료를 본인이 심하게 거부해서 미성년자일 때는 강제로 끌고 다녔는데, 성인이 된 이후엔 강제할 수 없었다”며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최씨는 수형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재판부에 지난해 9월 한 차례, 지난달 결심 공판 이후 두 차례 등 총 3번 반성문을 냈지만, 무기징역을 피하지 못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서현역) 앞에서 어머니 소유 경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을 다치게 하고, 백화점으로 들어가 시민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량에 치인 김혜빈씨와 이희남씨는 치료를 받다 숨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