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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도 오른 '영남 알프스' 비명 터졌다…한정판 은메달 뭐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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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완등 홍보 이미지.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내 캡쳐

영남알프스 완등 홍보 이미지.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내 캡쳐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한 민원인이 울주군청 게시판에 터널 내 불법 주차 증거자료로 올린 현장 사진이다.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내 게시판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은 한 민원인이 울주군청 게시판에 터널 내 불법 주차 증거자료로 올린 현장 사진이다.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내 게시판

'영남알프스' 봉우리에 모두 오르면 은메달을 주는 이벤트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산악 사고, 주차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몰려 마을이 몸살을 앓은 것과 같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울산 울주군과 경남 밀양시·양산시, 경북 청도군 등에 걸쳐 있는 해발 1000m 이상 가지산·간월산·신불산·영축산·천황산·재약산·고헌산·운문산·문복산 등 9개 산봉우리를 말한다. 산세와 풍광이 유럽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 해서 이렇게 부른다.

24일 생일을 맞아 부인 김정숙 여사와 영축산 산행을 즐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 페북

24일 생일을 맞아 부인 김정숙 여사와 영축산 산행을 즐긴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문재인 전 대통령 페북

1일 울산시 울주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9일 오후까지 영남알프스 전체 완등 인증에 도전한 등산객은 2만7414명으로, 이 가운데 6602명이 모든 산봉우리에 올랐다. 울주군은 2019년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영남알프스 봉우리를 완등하고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애플리케이션'으로 인증하면 한국조폐공사 제작 은메달(3만개 선착순)을 지급하고 있다. 은메달 제작비는 개당 5만원정도다.

울주군 관계자는 "등산객이 본격적으로 몰리는 봄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올해 벌써 3만명 정도가 완등에 도전했다"면서 "이 추세라면 4월 말 3만명을 채워 메달 지급이 끝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영남알프스 완등 도전 등산객은 11만9224명이었다. 2022년엔 8만1490명, 2021년엔 6만6509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근 영남 알프스에 오른 뒤 '생일 선물은 눈 내린 영축산', '영남 알프스의 위용'이라는 해시태그를 더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부작용, 민원 이어져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캡쳐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사진 울주군청 홈페이지 캡쳐

하지만 등산 열풍에다 3만개 한정 은메달 받기 경쟁 등으로 영남알프스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쯤 울주군 천왕산과 재악산 중간지점에서 60대 등산객 A씨가 산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헬기를 이용해 A씨를 구조했다. 한 등산객은 울주군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영남알프스 정상에서 완등 인증 하면서 먼저 사진을 찍으려는 등산객이 시비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등산객이 (한 번에) 몰려 산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등산객은 "메달을 받으려고 연초마다 (영남알프스 일대가) 한마디로 난리가 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울산소방본부 산악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지역 산악사고는 2018년 236건에서 2022년 383건으로 늘었다. 2022년 사고 중 길 잃음·실족 사고가 185건으로 가장 많았다.

영남알프스의 겨울 전경. 사진 울산시

영남알프스의 겨울 전경. 사진 울산시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영남알프스 일대에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 울주군청 홈페이지

'완등 기념' 한정판 은메달 3만개가 내걸린 '영남알프스'에 등산객이 몰리면서 주차문제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영남알프스 일대에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자료 울주군청 홈페이지

쓰레기 투기와 산림 훼손도 문제다. 최근 간월산을 찾은 김모(46)씨는 "쓰레기를 되가져가지 않는 등산객이 제법 보인다. 예쁜 사진 찍겠다고 풀과 나무를 밟아 망치는 일도 있다"고 했다.

터널 안 주차까지 '위험'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메달. 사진 울주군

영남알프스 완등 기념 메달. 사진 울주군

주차 문제는 심각하다. 주말이면 산 아래 불법 주차뿐 아니라 도로 터널 안까지 주차장이 된다. 실제 울주군 '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엔 사진과 함께 주차 문제 관련 민원이 올라온다. 해당 민원인은 "주말이면 모든 (산 아래)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한다. 특히 석남터널 안 주차가 위험하다"고 말했다. 울주군 측은 경남 밀양시와 경찰과 함께 불법 주정차를 근절키 위해 오는 설을 전후해 시설물을 터널 안에 따로 설치할 계획이다. 불법 주정차 금지 현수막도 곳곳에 내걸 예정이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새 사저와 사저 뒤 '영남 알프스' 영축산 전경.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대통령 새 사저와 사저 뒤 '영남 알프스' 영축산 전경. 연합뉴스

영남알프스 등반 인증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울주군 게시판에 한 달 3봉 등반 제한, 추첨으로 메달 지급 같은 방법으로 등산객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온다. 박기홍 울주군의원은 "예산이 더 들더라도 주차장을 확보하고, 메달 개수를 늘려 계절별로 완등 인증 후 메달을 주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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