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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피즈 누르 샴스의 마켓 나우

엘니뇨가 유발하는 경제·사회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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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하피즈 누르 샴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이사

하피즈 누르 샴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이사

엘니뇨가 2023년 하반기 발생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많은 지역이 건조한 날씨를, 반면 미주 일부 지역에서는 습윤한 날씨가 나타나고 있다. 엘니뇨는 중부 태평양의 해면 수온이 평균 이상으로 상승하는 자연 현상이다.

그 결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다양한 물 집약적 농산물이 공급 측면 문제에 직면할 위험이 있는데 이러한 작물에는 쌀·사탕무·팜유 등이 포함된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는 2023년~2024년 농업 생산량이 30% 감소할 수 있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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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목제품·숙박·섬유 등 농산물에 의존하는 산업의 생산량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엘니뇨로 인한 부정적인 농업 공급 충격의 정도는 업종별로 차이가 나타난다. 따라서 식품 산업처럼 농산물을 직접 활용하는 산업은 섬유처럼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보다 공급 차질에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예상한다.

농업 외에도 엘니뇨는 수력 발전 댐의 수위 저하로 전력 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 대규모 제조업 기반을 가진 주요 아시아태평양 경제권 중에서 베트남의 수력 발전 의존도가 가장 높다. 총 발전량의 거의 30%가 수력 발전 댐에서 나온다. 2위는 수력이 총 전력 공급의 15%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다. 심각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이들 국가는 전력 수요와 공급 간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석탄과 같은 다른 에너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비가 총 소비 지출의 30~40%를 차지하는데, 저조한 작물 생산량과 가축 손실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할 위험이 있다. 심각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가나·에티오피아·짐바브웨 등의 국가에서 식량 인플레이션이 2024년에 두 자릿수로 치솟을 수 있다.

엘니뇨 현상은 1월과 2월에 최고점에 달하고 2024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식량 인플레이션·재정예산·통화정책·국내총생산(GDP)·무역 등에 미치는 영향은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가 중에서 재정적 여력이 제한적인 경우에는 중앙은행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더 오랫동안 높은 정책 금리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지역에서 향후 12개월 동안 시위가 발생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반면 엘니뇨와 함께 ‘양성 인도양 쌍극자(Positive Indian Ocean Dipole)’라는 별도의 기상 현상이 더 습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는 케냐에서는 평소보다 높은 홍수 위험으로 인해 인구 이동 가능성과 인구 밀집 지역에서 갈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하피즈 누르 샴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