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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이끈 장발 ‘2인 조’…“머릿속엔 호주전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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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 승리가 확정되자 서로 안아주는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왼쪽)과 골키퍼 조현우.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 승리가 확정되자 서로 안아주는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조규성(왼쪽)과 골키퍼 조현우. [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미운 오리 두 마리가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받은 스트라이커 조규성(미트윌란)과 골키퍼 조현우(울산)가 16강전에서 한국을 조기 탈락 위기에서 구해내며 환골탈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합쳐 120분간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조규성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 조현우는 승부차기 선방 쇼로 클린스만호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54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조규성. [뉴스1]

한국이 0-1로 뒤진 후반 54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조규성. [뉴스1]

후반 1분 상대 교체 공격수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 실점한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따라잡지 못하며 패배 위기에 내몰렸다. 10분이 주어진 추가시간 중 마지막 1분여를 남긴 시점에 조규성의 득점포가 불을 뿜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설영우(울산)가 머리로 내준 패스를 껑충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머리로 2골을 성공시키며 해결사 본능을 뽐낸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가나전(2-3 패)을 떠올리게 하는 골이었다. 조규성의 동점골로 기사회생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사우디를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조규성은 승부차기에서도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깔끔하게 득점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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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성은 조별리그 내내 경기력 부진 논란에 시달렸다. 세 경기 모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쉬운 득점 기회를 잇따라 놓치며 침묵한 탓이다. 선봉장의 부진은 요르단전(2-2 무)과 말레이시아전(3-3 무) 졸전 논란의 배경이 됐다.

승부차기 선방으로 ‘빛현우’ 이름값을 한 조현우. [로이터=연합뉴스]

승부차기 선방으로 ‘빛현우’ 이름값을 한 조현우.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조규성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각종 악플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경기력을 질타하는 글도 있었지만 장발과 헤어밴드, 과거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 등 축구와 상관없는 내용까지 여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사우디전으로 마음고생을 털어낸 그는 경기 후 “드디어 한 골이 들어갔다”며 “안도감보다는 더 많은 기회를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조현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클린스만호에서 주전 수문장 김승규(알샤바브)의 백업 역할을 맡은 그는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김승규가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중도하차하며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K리그 시즌 베스트11에 7차례나 최우수 GK로 선정된 조현우의 방어 능력은 아시아 정상급이지만 실전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 요르단에 2실점, 말레이시아에 3실점하며 2경기에서 5골을 내줬다. 졸전으로 화가 난 여론의 독화살이 조현우를 향했다.

사우디전은 ‘조현우의 재발견’이라 부를 만한 경기였다. 승부차기에서 상대 키커 2명의 슈팅을 잇달아 막아냈다. 두 번 모두 킥의 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뒤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몸을 던졌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경기 후 그는 “승부차기 연습을 많이 해 ‘어떤 슈팅이든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며 “안드레아스 쾨프케 GK 코치님도 ‘스스로의 판단을 믿어라. 그게 무조건 옳다’며 믿음을 주셨다”고 말했다. 앞선 경기 실점으로 악플에 시달린 것에 대해서는 “골키퍼가 경기에서 골을 허용하는 건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팀의 일원으로서도 지나간 상황은 개의치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vs 호주 8강전

대한민국 vs 호주 8강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클린스만호의 창과 방패는 오는 3일 0시30분에 열리는 호주와의 8강전을 앞두고 다시 한번 예열에 나섰다. 변수는 체력이다. 지난달 28일 일찌감치 16강전(인도네시아에 4-0승)을 치른 호주는 8강전 킥오프까지 122시간을 쉴 수 있다. 반면에 사우디와의 16강전에서 120분간의 혈투에 승부차기까지 치른 한국에 주어진 회복시간은 68시간 정도다. 짧은 기간 동안 얼마나 빨리 체력을 회복하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조현우는 “남은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회복하고 준비하겠다”며 “사우디전 승리는 잊고 호주전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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