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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뤽 베송 개도 나온다…설 극장가 점령한 동물배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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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 데이즈'는 개한테 까칠한 건물주(유해진)의 주택에 입주한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동물원장(김서형), 성공한 건축가(윤여정), MZ 라이더(탕준상), 초보 부모(김윤진, 정상화), 여자친구의 전 연인(다니엘 헤니)와 얽힌 인디 뮤지션(이현우)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오른쪽)이 안고 있는 개가 극중 유기견 '차장님'이다. 사진 CJ ENM

영화 '도그 데이즈'는 개한테 까칠한 건물주(유해진)의 주택에 입주한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동물원장(김서형), 성공한 건축가(윤여정), MZ 라이더(탕준상), 초보 부모(김윤진, 정상화), 여자친구의 전 연인(다니엘 헤니)와 얽힌 인디 뮤지션(이현우)까지 혼자여도 함께여도 외로운 이들이 특별한 단짝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해진(오른쪽)이 안고 있는 개가 극중 유기견 '차장님'이다. 사진 CJ ENM

“개들이 필요한 동작을 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몰카’처럼 찍었습니다.”(‘도그 데이즈’ 전민 프로듀서)
“주연 배우가 개들과 친해지려고 3개월 동안 매일 아침 40~50분씩 같이 산책했어요.”(‘도그맨’ 뤽 베송 감독)
개성 만점 개들과 반려인들의 성장영화 ‘도그 데이즈’(2월 7일 개봉), 개들에게 구원받은 남자의 복수극 ‘도그맨’(24일 개봉)은 견공 배우들의 호연이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남편의 추락사 사건에 아내가 용의자로 몰리는 법정 영화 ‘추락의 해부’(31일 개봉)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함께, 최고의 견공 배우에게 주는 ‘팜도그상’을 받았다. 극 중 부부의 시각장애인 아들 안내견 역을 맡아 사건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보더콜리 ‘메시’가 수상 주인공이 됐다.

영화 '추락의 해부'(31일 개봉)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를 중심으로 밝혀질 사건의 전말에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로, 제76회 칸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과 함께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 배우에게 주는 ‘팜도그상(Palm Dog Award)’을 받았다. 사진은 수상의 주인공인 메시. 영화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스눕 역을 연기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영화 '추락의 해부'(31일 개봉)는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를 중심으로 밝혀질 사건의 전말에 관객을 초대하는 영화로, 제76회 칸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과 함께 뛰어난 연기를 펼친 개 배우에게 주는 ‘팜도그상(Palm Dog Award)’을 받았다. 사진은 수상의 주인공인 메시. 영화에서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스눕 역을 연기했다. 사진 그린나래미디어,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첩보액션 '신스틸러'가 감독 부인 고양이 

반려동물 입양 인구 1000만 시대. 설 연휴를 앞둔 극장가를 귀여운 동물 배우들이 장악했다. 매튜 본 감독이 아내가 키우는 고양이를 ‘심(心)스틸러’(마음을 훔치는 감초 배역)로 캐스팅한 할리우드 첩보 영화 ‘아가일’(2월 7일 개봉)처럼 실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감독‧배우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아가일’은 첩보 액션 ‘킹스맨’ 시리즈로 유명한 본 감독이 스파이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자신의 반려묘 ‘알피’와 함께 실제 스파이들의 표적이 된 위험천만한 여정을 그렸다. 알피 역에 캐스팅한 고양이의 연기력에 만족하지 못한 본 감독이 아내인 수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반려묘 ‘칩’을 안방 캐스팅했다. 평소 집에서 봐온 칩의 귀여운 습성을 적재적소에 살려 영화에 코믹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첩보 액션 영화 '아가일'(2월 7일 개봉)에서 스파이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의 반려묘 '알피'는 전세계 스파이의 표적이 된 주인과 함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난다. 알피 역의 고양이 '칩'은 매튜 본 감독의 아내가 키우는 반려묘라고 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첩보 액션 영화 '아가일'(2월 7일 개봉)에서 스파이 소설계의 베스트셀러 작가 엘리의 반려묘 '알피'는 전세계 스파이의 표적이 된 주인과 함께 위험천만한 여정을 떠난다. 알피 역의 고양이 '칩'은 매튜 본 감독의 아내가 키우는 반려묘라고 한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동물 촬영 3대 수칙, 관찰·이해·기다림

동물 출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수칙은 관찰, 이해, 기다림이다.
인간 같은 연기나 묘기를 강요하면 안된다. 3년 전 KBS 사극 ‘태조 이방원’ 제작진이 촬영 중 말을 억지로 넘어뜨려 사망케 하면서 사회적 지탄과 함께 동물 학대죄 판결을 받은 일도 경각심을 일깨웠다. 인간에게 가장 충직하고 똑똑한 개들도 예외는 아니다. ‘도그 데이즈’로 연출 데뷔한 김덕민 감독은 “동물 배우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은 무조건 피하는 방식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까칠한 싱글남 건물주(유해진)와 동물병원 수의사(김서형), 초로의 유명 건축가(윤여정)와 MZ배달 라이더(탕준상), 초보 부모(정성화‧김윤진), 한 여성의 전 남친(다니엘 헤니)과 현 남친(이현우) 등 가까워지기 힘든 이들이 개들로 인해 서로 이해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그렸다. 유기견과 아이 입양, 인간의 죽음‧늙음과 개 안락사 등 묵직한 소재를 따뜻하게 풀어냈다.

개들이 장악한 설 극장가 #'도그 데이즈' '도그맨' #개 먼저 배려한 촬영 현장 #칸 개종려상 '추락의 해부' #'아가일' 감독 반려묘 출연

위험한 장면은 훈련사 함께…CG로 지워 

‘사랑의 작대기’ 역할을 하는 견공 세 마리가 눈길을 끈다. 개똥 문제로 동물병원과 건물주의 갈등을 일으키는 유기견 ‘차장님’은 1년 8개월(이하 촬영 당시 기준) 된 치와와 ‘와와’, 건축가의 반려견이자 양부모에게 갓 입양된 소녀와 친구가 되는 ‘완다’는 1년 6개월 프렌치불독 ‘완다’, 주인이 떠난 뒤 그 남자친구에게 맡겨져 우울증에 걸린 ‘스팅’은 8살 골든리트리버 ‘플로이드’가 연기했다. 영화 ‘멍뭉이’(2022), 올해 초 종영한 MBC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 등에 참여한 전문 동물 에이전시 ‘퍼펙트독’이 개 배우 섭외 및 관리를 맡았다. 에이전시가 제안한 명단 중 사회성이 좋고 “못생겼는데 귀엽네요” 등 시나리오 대사‧캐릭터 성격에 맞는 개를 캐스팅했다. 촬영 난이도에 따라 개 1마리당 1~3명 담당 훈련사가 동원됐다.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완다(완다)가 주인(윤여정)이 실려간 구급차를 쫓는 장면은 실제 현장에선 초록 쫄쫄이를 입은 훈련사가 함께 뛴 뒤 훈련사를 CG로 지워 장면을 완성했다. 사진 CJ ENM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완다(완다)가 주인(윤여정)이 실려간 구급차를 쫓는 장면은 실제 현장에선 초록 쫄쫄이를 입은 훈련사가 함께 뛴 뒤 훈련사를 CG로 지워 장면을 완성했다. 사진 CJ ENM

완다가 주인이 실려 간 구급차를 쫓아 차로를 달리는 장면은, 촬영 현장에선 컴퓨터그래픽(CG) 작업이 용이한 초록색 쫄쫄이를 입은 훈련사가 목줄을 잡고 같이 뛴 뒤 CG로 지웠다. 자동차가 강아지 앞에 급정거하는 장면은 실제론 후진한 뒤 영상을 거꾸로 돌려 편집했다. 캐스팅부터 촬영 동선, 장소, 숙소도 견공 배우를 먼저 배려했다. 퍼펙트독 권순호 대표는 “개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자연스러운 장면을 위해선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 보호 단체 ‘카라’의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따라 주요 배역은 16주령 이상 개를 출연시키고, 함부로 만지지 않는 등 수칙도 지켰다.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세트장에서 촬영한 후 CG로 배경을 합성한 장면이다. 사진 CJ ENM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세트장에서 촬영한 후 CG로 배경을 합성한 장면이다. 사진 CJ ENM

NG가 나도 기다렸다. 김덕민 감독은 “완다가 똑똑해서 훈련할 땐 잘해놓고 ‘슛’ 하면 사라지더라. ‘슛’ 말하는 순간 아무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다는 걸 학습했다. 나중엔 ‘완다 기다려’로 촬영 신호를 바꿨다”고 돌이켰다. 이 영화 개들의 호연 비결이다. 배우 유해진의 반려견 ‘들레’가 직접 등장한 결말부 유기견 입양 행사 장면에선 영화 제작진‧지인들이 직접 자신의 반려견을 데려와 출연했다.

개 124마리 촬영 뤽 베송 "개 전담 분장팀 있죠"  

뤽 베송 감독의 새 영화 '도그맨'(24일 개봉)은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주연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개 124마리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 엣나인필름,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뤽 베송 감독의 새 영화 '도그맨'(24일 개봉)은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쇼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을 그렸다. 주연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개 124마리와 호흡을 맞췄다. 사진 엣나인필름,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도그맨’은 뤽 베송 감독이 4년 간 어린 아들을 개 철창에 가둔 학대 부모의 실화에 상상을 보탠 작품이다. 무려 124마리의 개 출연진 중 5마리만이 전문 훈련을 받은 LA 동물 에이전시 출신인 탓에 주연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 동물 훈련사가 감독과 힘을 합쳐 “개들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며 영화에 원하는 움직임을 만들어”갔다. 예컨대 개들이 주인공에게 설탕을 갖다 주며 파이 만드는 걸 돕고, 일사분란하게 절도‧대리 보복을 저지르는 대목도 편집‧암시 등의 노하우를 동원했다.
‘그랑블루’, ‘레옹’, ‘제5원소’, ‘잔 다르크’ 등 40여년 간 블록버스터 현장을 지휘해온 뤽 베송 같은 거장도 “우리가 개한테 맞춰야지, 개를 우리에게 맞추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현장에 개 전담 분장팀 3인이 상주하며, 매일 수십 마리 개들이 분장실을 드나드는 재미난 풍경이 펼쳐졌다고 한다.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영화 오프닝 문구는 프랑스의 유명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명언이다. 실제 애견인인 뤽 베송 감독은 자신의 개도 영화에 출연시켰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개 철창에 갇힌 뒤 가장 먼저 쓰다듬는 검은 개가 그의 반려견 ‘스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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