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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의사 형사처벌 면제' 법제화…사회적 합의 기구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첫 기획 회의 모습. 사진 복지부

지난해 11월 2일 서울 중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회의실에서 열린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첫 기획 회의 모습. 사진 복지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 중인 정부가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법제화를 논의하는 기구를 만드는 방침을 세웠다.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30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1일에 발표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 설치에 관한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의료인 형사처벌 특례 법제화는 의료계의 숙원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이 기소된 사례부터, 최근 잇따르는 의료진에 대한 거액의 배상 판결 등을 근거로 의료계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새로운 기구는 정부가 특정 과제 추진을 위해 한시적으로 꾸리는 기획단이나 위원회 형태가 유력하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의료계·소비자계·법조계 등 각계 이해관계자들을 위원으로 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및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 방안을 논의해왔다. 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보다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기구를 마련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협의체에서 의료계와 환자·소비자계 각각의 입장을 확인했는데, 여러 쟁점을 한 번에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좀 더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해 추가 논의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협의체 논의에서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주요 안건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한 의견차가 팽팽했다. 특례법은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감경·면제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반면,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현행법이 그대로인 한 특례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기구는 기존 협의체에 비해 참석자 범위를 넓히고, 논의 주제도 폭넓게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의료사고 책임보험 및 공제와 같은 보상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새로운 기구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운전자들이 교통사고에 대비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의료진·의료기관도 의료사고에 대비해 의료배상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나 안전망 관련 대책뿐 아니라 다른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쟁점 과제들도 여기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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