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규성 극적 동점골…한국, 승부차기끝 사우디 꺾고 8강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점골을 터뜨리고 포효하는 조규성(왼쪽). 연합뉴스

동점골을 터뜨리고 포효하는 조규성(왼쪽). 연합뉴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혈투 끝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대회 16강전에서 120분간 연장 혈투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으로 이겼다. 사우디는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가 지휘하는 중동의 강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한국이 23위, 사우디는 56위다.

클린스만 감독은 깜짝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으나 끝내 사우디를 공략하지 못했다. 뉴스1

클린스만 감독은 깜짝 스리백 전술을 들고 나왔으나 끝내 사우디를 공략하지 못했다. 뉴스1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포백 전술을 가동한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를 상대로는 깜짝 전술을 들고 나왔다. 정승현(울산)-김민재(바이에른 뮌헨)-김영권(울산) 센터백 3명을 기용하는 스리백 전술이었다. 공격진에도 변화가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붙박이 최전방 공격수로 뛴 조규성(미트윌란)이 이번 대회에서 골 침묵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을 빼고 그 자리를 '캡틴' 손흥민을 투입했다.

일명 '손톱' 전술이다. 원톱 공격수는 손흥민이 올 시즌 소속팀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포지션이다. 2선 공격의 왼쪽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오른쪽은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맡았다. 이재성(마인츠)과 황인범(즈베즈다)은 중원을 책임졌고, 왼쪽 윙백은 설영우(울산), 오른쪽엔 김태환(전북)이 투입됐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울산)가 꼈다.

전술 변화에도 클린스만호의 경기력은 답답했다. 오히려 경기 초반부터 사우디가 공격을 주도했다.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한국 수비의 빈틈을 노렸다. 사우디의 결정적인 찬스는 전반 40분에 나왔다. 코너킥 상황에서 사우디의 두 차례 헤딩이 연이어 크로스바를 맞고 튕기자, 사우디 선수가 세 번째 헤딩슛을 시도했는데, 이것을 골키퍼 조현우가 손끝으로 간신히 쳐내며 실점을 모면했다. 반면 한국은 후방에서 긴 패스로 전방의 손흥민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을 꾸준히 시도했다. 손흥민은 몇 차례 슈팅 찬스를 맞긴 했지만, 모두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몇 차례 드리블을 시도했으나, 모두 상대 수비에 읽혀 실패로 끝났다.

사우디를 상대로 분투한 수비의 핵심 김민재(오른쪽) AP=연합뉴스

사우디를 상대로 분투한 수비의 핵심 김민재(오른쪽) AP=연합뉴스

사우디의 파상공세 만큼이나 사우디 관중도 한국 선수들에겐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이날 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 관중석(4만4000석) 대부분은 사우디 팬들이 메워 홈경기를 방불케 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도하까지는 차량으로 5시간, 제3의 도시인 담맘에서는 3시간이면 이동할 수 있다. 사우디 관중은 한국 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마다 "우우우우~" 야유를 쏟아냈다. 반면 자국 선수들이 드리블 돌파나 태클에 성공할 때는 어김없이 "와아아아~"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선제골도 사우디가 터뜨렸다. 후반 1분 만에 한국 스리백 수비 라인을 파고든 압둘라 라디프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만치니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라디프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다. 다급해진 클린스만 감독은 전반 9분 정우영을 빼고 황희찬(울버햄프턴)을 투입했다. 황희찬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조별리그 1, 2차전에 결장했고, 3차전에서 후반 교체로 뛰었다.

극적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고 포효하는 조규성(왼쪽). 뉴스1

극적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고 포효하는 조규성(왼쪽). 뉴스1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주도권을 사우디가 잡았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후반 19분 이재성을 빼고 조규성까지 투입하고 기존 포백 수비로 전환했다. 다행히 이때부터 흐름이 조금씩 한국으로 넘어왔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양 측면에서 조규성을 향해 크로스를 올리는 등 여러 차례 사우디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필드 플레이어 10명 전원이 수비로 돌아선 사우디를 뚫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조규성이 헤딩으로 상대 크로스바를 맞히고 황희찬의 결정적 왼발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패색이 짙던 후반 52분 기적 같은 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설영우가 헤딩으로 내준 패스를 조규성이 훌쩍 뛰어 올라 극적인 헤딩 동점골로 연결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대회 첫 골. 조규성은 포효했다. 그 순간 사우디 관중석은 고요해졌다. 양 팀은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한국은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사우디는 체력이 떨어져 공격을 포기한 채 수비에만 전념했다. 결국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선축을 선택한 사우디가 먼저 페널티킥을 성공한 가운데 한국의 첫 번째 키커 손흥민도 침착하게 골을 넣었다. 이어 나온 사우디의 두 번째 키커와 한국의 김영권도 나란히 골을 넣었다.

승부는 양 팀의 세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사우디의 세 번째 키커가 왼쪽으로 찬 슈팅을 조현우가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한국의 세 번째 키커 조규성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조현우는 사우디의 네 번째 키커의 슈팅도 선방했다. 이어 나온 황희찬이 마무리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