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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팀과 4년, 쯔빳쯔빳이 입에 붙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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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인도네시아축구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AFC 아시안컵 16강에 올려놓은 신태용 감독. 선수단 구성은 물론 벤치 분위기와 선수들의 식습관까지 모두 바꾼 혁신의 결과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축구대표팀을 사상 최초로 AFC 아시안컵 16강에 올려놓은 신태용 감독. 선수단 구성은 물론 벤치 분위기와 선수들의 식습관까지 모두 바꾼 혁신의 결과다. [연합뉴스]

“많이 피곤하지만 좋은 결과를 얻었잖아요. 밀린 잠은 차차 보충하면 되지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서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16강에 올려놓은 신태용(54)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30일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때마다 꿈을 크게 꾸는 스타일”이라면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무조건 16강에 오른다’는 목표를 정하고 쉼 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결선 토너먼트행에 대해 ‘기적’이나 ‘이변’이라 표현하는 분들도 있지만, 모든 게 최선을 다해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6위(본선 참가 24개국 중 23위) 인도네시아의 결선 토너먼트 진출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대진운도 나빴다. 조별리그(D조)에서 우승 후보 일본을 비롯해 중동의 강호 이라크, 동남아 최강 베트남과 함께 묶였다.

뚜껑을 열어 본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신태용호는 베트남과의 동남아 라이벌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일본·이라크에겐 1-3으로 졌지만 먼저 실점하고도 만회 골을 터뜨리며 저력을 보여줬다. 1승2패(승점 3점) D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며 각 조 3위 6개 팀 중 4위로 16강행 막차를 탔다. 신 감독은 “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선수들이 내 방에 모여들어 다같이 얼싸 안고 환호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 그날의 감격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진 호주와의 16강전에서 0-4로 완패한 이후에도 선수단 분위기는 밝았다. 신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이제껏 강팀을 만나면 주눅이 들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호주전 결과는 네 골 차 패배지만, 선수들이 맞붙어본 뒤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종종 ‘이변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당시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당시 FIFA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한 게 대표적이다. 때문에 ‘난놈’ ‘운장’ 등의 재미있는 별명이 붙었다. 하지만 그간 신 감독이 거둔 각종 성과의 배경에는 피·땀·눈물과 함께 하는 노력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표팀 선수 구성부터 전술과 분위기까지 차근차근 바꿔나갔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행복 지수가 높다. 그래서인지 대표팀 선수들마저 부진해도 ‘다음에 잘 하면 되지’라며 넘겨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 그는 “경기에 임하는 태도부터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뜯어 고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쯔빳쯔빳(cepat-cepat·인도네시아어로 빨리빨리)’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털어놓았다.

오는 6월로 임기를 마치는 신 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아시안컵 선전 이후 아시아 각국 대표팀과 클럽팀의 눈길이 신 감독을 향하자 수많은 축구 팬들이 자국 축구협회에 “당장 신태용과 재계약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 감독은 “조코 위도도 대통령부터 축구협회와 선수들, 팬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전폭적으로 믿고 도와준 덕분에 아시안컵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나는 여전히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이다. 지금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

◦ 생년월일: 1970년 10월 11일
◦ 소속: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2020~)
◦ 주요 성과: 인도네시아 최초 아시안컵(2024) 16강
              AFF 챔피언십 준우승(2020)
             동남아시안게임 동메달(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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