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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악화에 ELS 판매 중단 잇따라…하나·농협 이어 KB·신한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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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홍콩 지수 기반 ELS 피해 사태에 대한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길성주 홍콩 ELS 피해자 모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홍콩 지수 기반 ELS 피해 사태에 대한 피해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로 여론이 악화되자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ELS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상품 가입자들은 은행에 손실 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책임을 따지기 위한 공익감사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향후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오는 5일부터 ELS(주가연계신탁(ELT)ㆍ주가연계펀드(ELF))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에 이르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9일,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4일부터 ELS 상품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직 ELS를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ELS 관련 동향 등에 따라 판매 중단 상품을 늘리거나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도 ELS 판매 중단을 신중하게 검토중”이라며 “특히 닛케이225 지수가 고점에 다다른 데 따른 우려가 있어, 지수 편입 비중을 낮춰 판매중이며 관련 시장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중국 경기 부진으로 홍콩H지수 ELS 상품 손실률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일부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 행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19일까지 확정된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H지수 기초 ELS 상품 손실액은 2296억원에 달한다. 상품별 최고 손실률은 56.1%까지 치솟았다.

길성주 홍콩지수ELS피해자모임 위원장은 3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은행의 위법적이며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판매 은행들이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등을 규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ㆍ자본시장법을 위반한 만큼 관련 손실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당국이 2019년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를 중지하고 ELS 판매는 허용하면서 상시 감독하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예정된 참사’였다”면서 “조만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ELS 상품의 판매 경로를 점검한 후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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