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벨리온 1650억 유치 "엔비디아 따라잡을 AI반도체 개발"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이 165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리벨리온의 아톰 칩이 적용된 kt 클라우드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 사진 KT

리벨리온의 아톰 칩이 적용된 kt 클라우드의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 사진 KT

무슨 일이야  

리벨리온은 165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창업 3년 6개월여 만에 누적 투자 유치 금액 2800억원을 달성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800억원으로,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바짝 다가섰다.

KT그룹 계열사는 이번에 리벨리온에 총 33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2022년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며 335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두번째다. 해외 투자자들도 참여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파빌리온 캐피탈과 플뢰르 펠르탱 전 프랑스 디지털 경제부 장관이 설립한 코렐리아 캐피탈, 일본계 벤처캐피털(VC)인 DG다이와벤처스도 이번 투자에 참여했다.

이게 왜 중요해

‘K-AI 반도체’ 연합이 글로벌 AI 반도체 최강자인 엔비디아를 따라가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리벨리온은 투자 유치금으로 1000억개 이상 파라미터(매개변수·parameter)를 가진 생성 AI 모델까지 추론할 수 있는 ‘리벨(REBEL)’ 개발에 나선다. 파라미터는 AI 모델 학습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뇌의 뉴런에 해당한다. 엔비디아의 신형 H200은 1750억개 이상의 파라미터가 포함된 대규모 AI 모델에 대한 훈련이 가능하다. 리벨은 특히 삼성전자가 생산과 설계, 검증까지 모든 개발 과정에 참여하고, 삼성전자의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메모리가 탑재돼 성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왼쪽 세번째부터),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SAFE 포럼'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왼쪽 세번째부터),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리벨리온은 '리벨'보다 먼저 개발한 '아톰'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아톰은 KT의 초거대 AI '믿음'에 일부 적용됐다. 미국 IBM도 아톰 도입을 위한 성능 평가를 진행 중이다. 리벨리온은 올 상반기 중에 아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KT는 AI 사업 분야에서 더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통신사지만 AI 하드웨어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도 열렸다. KT그룹은 "리벨리온과 협력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AI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 따라갈 수 있을까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지난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장 KT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지난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장 KT 부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고금리 시대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 리벨리온이 대규모 투자를 끌어낸 것은 그만큼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리벨리온은 지난 26일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방한했을 때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 사피온과 함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 만남이 성사되진 않았지만, 그만큼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AI 붐에 기업 가치가 급상승한 측면이 있지만, 성장 가능성은 큰 회사"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반도체 시장을 일부라도 가지고 오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AI칩 양산에 성공해야하고, 이를 빅테크들이 자사 AI에 적용할지도 지켜봐야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범용 반도체보다 전력 효율성이 더 좋은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