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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사 소송 않겠다”…보험사 이런 문구 못 넣게 ‘가이드 라인’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A씨는 보험금 지급을 놓고 보험사와 이른바 ‘화해 계약’을 맺었다. 보험금 청구 조건 일부가 아직 미흡해, 적절한 수준에서 합의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A씨는 새 사실관계가 밝혀져 요건을 갖추면, 추가로 보험사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다시 다툴 생각이었다. 하지만 A씨가 서명한 화해 계약에는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며 어떠한 경우라도 민·형사상의 소송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문구가 삽입돼 있었다.

금융당국이 A씨 사례처럼 보험사가 화해 계약에 불리한 문구를 삽입하는 것을 막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30일 금융감독원은 ‘제1차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열고 그간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실제로는 불공정했던 금융 관행들을 개선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금감원이 마련하는 화해 계약 가이드 라인에는 계약 효력을 안내하는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하게 하고, 부당하게 불리한 문구를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길 예정이다.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중앙포토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중앙포토

과도한 제2금융권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제2금융권은 0.5∼2.0%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대출도 영업점과 동일하게 수수료를 내게 하거나 근저당권 설정비가 없는 신용대출에도 담보대출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감원은 실제 발생 비용만 반영하는 중도상환수수료 가이드 라인을 새로 마련할 예정이다.

질병을 한 번 앓았던 사람이 보험을 들 때 보장을 일부 제한하는 부담보 기간도 합리적으로 산정하게 체계를 바꾼다. 그간 보험사들은 유병자가 같은 보험사의 상품으로 갈아타는 ‘승환 계약’을 맺으면, 부담보 기간을 다시 처음부터 재산정했다. 금감원은 이런 관행이 부당하게 부담보 기간을 늘린다고 판단해, 승환 계약을 맺을 때는 기존 보험의 부담보 기간을 새 보험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제도를 손질할 예정이다.

이 밖에 출금 때문에 연체정보가 등록되는 일이 없도록 대출 원리금 출금 순서를 소비자에게 유리하도록 정비하거나 강압·사기로 대출받은 피해자에게 금융사가 채권추심을 최대한 유예하게 업무처리 절차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미영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금융거래 관행을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재검토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했다”며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숨어있는 불공정한 금융 관행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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