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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롯데팬들이 더 신났다”…김태형 감독의 설레는 출국길

중앙일보

입력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롯데 김태형 감독.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가을야구 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롯데 김태형 감독.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가을야구 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한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계약서를 쓸 때는 몰랐는데 감독이 되고 나니까 인기를 실감하겠더라고요, 하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57) 감독은 최근 태국 파타야를 다녀왔다. 해설위원으로 바쁘게 보낸 지난 2023년을 정리하고,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보름간 겨울휴가를 떠났다.

김 감독은 이 기간만큼은 생업과도 같은 야구를 잊으려고 했다. 그러나 여행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만나는 이들마다 2024년 롯데 야구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누구는 롯데를 잘 부탁한다고 하고, 또 누구는 롯데가 가을야구를 갈 수 있는지 은근슬쩍 물어보더라.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야구를 많이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지난해 10월 롯데와 계약(3년 총액 24억원)하고 현장으로 돌아온 김 감독을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어느 때보다 상기된 표정이었던 김 감독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설렌다. 지금 당장이라도 괌 스프링캠프(31일 출국)로 떠나고 싶다”면서 “사실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팀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많은 분들께서 이렇게 기대해주시는 만큼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임기 내로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10월 롯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가운데)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구승민과 안치홍, 전준우, 김원중(왼쪽부터). 뉴스1

지난해 10월 롯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가운데)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구승민과 안치홍, 전준우, 김원중(왼쪽부터). 뉴스1

현역 시절 포수로 활약했던 김 감독은 2015년 친정팀으로부터 부름을 받고 사령탑이 됐다. 이어 감독 데뷔와 함께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더니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KBO리그 최초의 대기록을 쓰며 명장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계약이 만료된 뒤에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현장을 지켰고, 지난해 가을 롯데의 21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는 최근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이 단 한 차례뿐인 약체로 꼽힌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7~10위의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간 객관적인 시선으로 롯데를 바라봤던 김 감독은 “롯데는 좋은 자원이 많다. 다만 포지션별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확실한 주전으로는 포수 유강남과 외야수 겸 지명타자 전준우, 외야수 윤동희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정하려고 한다. 물론 대략적인 윤곽은 잡아놓았다”고 덧붙였다.

두산 시절의 김태형 감독. 뉴시스

두산 시절의 김태형 감독. 뉴시스

FA 계약을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내야수 안치홍을 두고는 “타선에서 안치홍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크다.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안치홍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우느냐도 큰 숙제”라고 설명했다.

올겨울 롯데는 사령탑만 바뀐 것은 아니다. 단장은 오랜 기간 운영팀장과 홍보팀장 등을 지냈던 박준혁 단장이 선임됐고, 코칭스태프로는 김 감독과 인연이 있는 김민재, 김광수, 김민호, 고영민 코치 등이 새로 왔다.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다시 같이 야구를 해보자’고 했더니 모두 흔쾌히 응해줬다. 감독으로서 고마웠다. 또, 새 코치들을 예우해준 단장님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롯데 김태형 감독. 고봉준 기자

최근 서울 잠실의 한 카페에서 만난 롯데 김태형 감독. 고봉준 기자

롯데는 최근 몇 년간 감독과 단장 사이의 갈등이 심했는데 이 부분을 두고는 “박준혁 단장은 롯데 구단에서 워낙 경험이 많다. 선수단을 잘 알아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가 수월하다”고 잘라 말했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줄곧 달았던 88번을 롯데에서도 쓰기로 했다. 이유를 묻자 “코치 때는 주로 80번을 달다가 감독이 되고 나서 88번을 처음 써봤다.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성적이 좋았다. 또, 내가 1988 서울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이라 의미도 있다. 주위 롯데팬들께서 더 신난 눈치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 롯데에서도 88번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고 싶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최근 몇 년간 마주해온 김 감독의 얼굴 중에서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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